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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춤

로얄 발레단 랑데뷰 & 라 실피드 (2005.10.15)

by choco 2005. 11. 15.

초연 때 마리 탈리오니의 라 실피드를 그린 석판화인지 그림.

15일날 마지막 일정이 한국에서 예매해놓은 라 실피드 공연이었다.

코벤트 가든에서 아이스크림 사먹고 오페라 하우스로 갔다. 거기 푹신한 소파에서 이번 시즌 작품들 소개하는 다큐멘터리 다 보고 입장.

대략 40분 정도 되는 것 같은데 오디오 볼륨이 너무 낮아서 그림만 봤지만 볼만했다. 조안 코보그(로얄 발레단의 수석 무용수인데 요즘 안무도 시작한 모양) 등 안무가들이 자기 작품에 대해 얘기하고 출연 무용수들이 또 얘기하고 등등... 오디오만 잘 들렸다면 좋았겠다는 하긴 들렸다 쳐도 잘 알아들었을지는 의문 더 좋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림만 열심히 봤다. ^^

이날 공연한 작품은 애쉬튼 안무의 랑데뷰와 로얄 발레단의 프린시펄 조한 코보그가 재안무한 라 실피드.

마고트 폰테인의 다큐멘터리에서 잠깐씩 흑백화면으로만 봤던 랑데뷰를 실제 무대에서 만나니 별볼일 없다고 개인적으로 평가하는 요시다 미야코의 출연도 별로 거슬리지 않았다. 그녀에 대한 내 낮은 평가가 쬐끔 미안했을 정도로 이 작품에서 미야코는 꽤 괜찮았음.

예전에 봤던 짧은 자료화면에서 약간은 세기 초의 극장쇼 같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실제 컬러로 보는 공연에선 확실히 그런 밝고 가벼운 발랄함이 강하다. 의상과 무대의 색깔은 비비드를 넘어 거의 키치하다고 할 정도. 그럼에도 거슬리지 않는 그 컬러배치에 다시 한번 감탄.

누구는 유럽 사람들의 색감이 뛰어난 건 NTSC보다 컬러에 더 예민한 PAL 화면 때문이라고도 하는데... 내가 볼 때는 어릴 때부터 너무 좋은 그림들을 많이 보고 그 영향을 받은 디자인에 둘러싸여 자라는 선순환 덕분이지 싶음.

저런 어마어마한 미술품들을 어릴 때부터 공짜로 계속 보고 자란 감각을 한두세대 안에 따라잡긴 힘들겠지. 원화가 주는 엄청난 아우라는 복제는 절대 따라갈 수 없다. 한국의 디자인은 한국인들에게 익숙한 컬러를 보편성으로 얼마나 승화시키느냐에 성패가 달리지 싶다는 생각을 미술관과 랑데뷰 무대를 보면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