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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춤

안은미 新춘향 (2006.5.13. 5시)

by choco 2006. 5. 16.
멀었으면 안 갔을 텐데 집 앞이고 또 티켓링크 VIP회원은 20% 할인까지 해준다기에 그냥 질렀다.

이 안은미씨란 (이후 존칭 생략. 딴지 사절) 무용가는 그 이름을 알기 이전 공연장에서 나 혼자 안면을 익혔다.

여기는 안은미에 대한 잡담과 사설들

이제부터는 허접 감상이랄 것도 없음

공연 전체를 한 단어로 요약하자면 세련.
음악도 무용도 미술도 몇번 걸러진 아이디어가 세련되었다.  솔직히 한국 현대무용을 보면서 세련되었다는 느낌을 받는게 얼마만인지 기억도 안 난다.  


참신하다거나 독특하다는 인상은 받았어도 잘 정제되어 고급스럽다, 세련미가 있다는 평가는 못했는데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좋은 경험이었다.

색채도 화려하고 쓸데없는 움직임도 없다.  무엇보다 마음에 든 것 중 하나는 신선한 아이디어를 줄줄이 펼쳐놔야 한다는 압박감을 안무가가 느끼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아이디어나 소품이 짓눌려서 의미없는 동작이나 전혀 도움 안되는 소품들로 걸리적 거리는 경우를 얼마나 많이 봤던가.  장00 발레단의 그 파우스트. -_-;; 다시 떠오르는 악몽;   소품은 말 그대로 여기선 소품이었고 아주 가볍게 이용한다.  의상과 무대, 조명의 색감은  안무가의 패션 감각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고.  내가 안은미 무용단이란 걸 모르고 봤다 하더라도 평소 공연장에서 만나던 그녀를 떠올렸을 것 같다.

가장 심봤다~는 이몽룡 역의 무용수. 자오량이라고 중국 무용수인데 으아아... 분위기 죽인다.  무대에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시선을 끄는 모습.  이날 내가 깨어있었던 시간의 대부분은 그가 등장하는 장면이다.    어떻게 알고 그때만 눈이 팍팍 떠지는지 원. ^^;

엄청난 테크닉이나 과시적인 솔로가 있는 것도 아닌데 시선이나 손끝 하나의 움직임만으로도 집중을 유발시키는 힘이 있다.  평범한 예술가들에게 잔인한 얘기겠지만 그런 존재감은 연습으로 절대 되지 않는다.  장발족, 특히 동양인 장발족은 절대 사랑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깨어버렸음.  허리까지 내려오는 그 긴 머리~  멋지다~  ^ㅠ^ 
_M#]
안은미의 작품을 여러개 본 내 주변 사람들은 그녀의 작품들은 그게 다 그거라고 얘기한다.
일종의 자기 복제일 수 있겠지.  내가 다른 공연들을 볼 기회가 더 있다면 같은 평가를 할 지도 모르겠지만 이번에 본 新춘향 하나만 놓고 얘기하자면. 독특하고 세련되고, 재능이 있는 안무가이다.  무용가로서는... 잘 단련된 몸을 갖고 있어 보는 즐거움을 주지만 기대와 달리 대단한 카리스마는 없음.  무대 위에서보다 오히려 객석에서 구경할 때 더 눈에 띄는 것 같다.  ^^;

사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