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
콘라트 로렌츠의 또 다른 책 야생거위와 보낸 1년(이던가?)를 너무너무 재미있게 읽고 번역된 그의 책들을 찾아 나섰던 결과물.
야생 거위도 재미있었지만 이 책은 동물을 사랑한 과학자의 동물에 대한 진지하면서 너무나 즐거운 보고서이다.
인간보다 하등한 존재나 단순한 이용대상이 아니라 동반자로서 대화 상대로서 동물을 진지하게 관찰하고 이해하고 있다. 그런 따뜻함이 있으면서도 과학자다운 시선을 잃지 않는다.
비교행동학의 창시자라고 하는데 그와 같은 시대에 살았던 -1903년 생이다- 동물 생태에 대한 학자들과 근본적으로 다른 연구 방식을 취하고 있다.
제인 구달이나 갈라키스 같은 연구자들이 나오기 전 서구의 동물 연구는 잡아서 배 갈라보고 박제를 만드는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 내 의견 그런데 그들보다 한세대 앞서서 그 방법론을 제대로 구현을 해낸 것을 보고 솔직히 놀랐다.
그리고 서구 과학자들의 책들을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인데 인문학적인 깊이. 과학 하나만 내리파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 사고 뒤에는 고전과 인문학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자리하고 있는 것이 솔솔 풍겨올 때 짜증날 정도로 부럽다. -_-;;;
야생거위~에 등장했던 야생거위(우리식으로 얘기하면 기러기) 마르티나와의 관계가 성립되던 얘기며 갈가마귀들과 앵무새 등의 얘기. 그리고 개나 물고기 등 그가 기르며 관찰했던 동물들의 얘기는 과학적 관찰기록이 아니라 한편의 소설이나 코메디를 능가한다. 혼자 푸하하 거리고 엄청 웃어댔음.
많은 얘기들이 있지만 특히 -내가 개를 키우니까- 개에 관한 내용에서 재칼의 후예와 늑대의 후예로 구별되는 개의 혈통 부분에서는 정말로 공감. 한 주인만을 두는 한국의 진도개는 정확히 늑대의 후예인 것 같은데... 포메라니언인 우리 뽀삐는?
뽀삐 1세는 분명 늑대의 후예적인 모든 특성을 보여주고 있지만 2세는 재칼의 피가 짙은 것 같다. (말 안듣고 자기 고집대로 하려는 것은 빼고. 그건 늑대의 피임. -_-;;;) 나중에 3세를 키워봐야 포메라니언의 분류가 가능할듯. ㅋㅋ
지구의 주인인 듯 거들먹거리는 인간들이 꼭 읽어봐야할 책인데 문제는 그런 인간들은 이런 책은 절대 안읽는다. 어디 가둬놓고 좀 들려주고 싶음. ^^;;;
이미 돌아가신 이 로렌츠 할아버지에게 버닝한 내 동생은 번역안 된 원서들 주문하고 애장하고 있음. 나도 언제 읽어봐야지 하는데... 남의 나라 글씨는 영.... 휴가갈 때 비행기에서 보게 챙겨볼까 생각중.
또 파리로 날아가는 이 마음~ ㅎㅎ 요즘 일이 안 된다.
책/과학
솔로몬의 반지
콘라트 로렌츠 | 사이언스북스 | 2005년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