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기 특집 다큐 때문에 읽은 책
꽤 오래전임에도 날짜를 정확히 기억하는 것은 우리의 워커홀릭 PD께서 설 연휴 마지막날 직접 왕림하셔서 빨리 읽으라고 책을 주고 가셨기 때문. -_-;;; 하도 황당하여 그날은 던져뒀다가 다음날 죽지못해 읽었다. 빨리 장가를 보내던가 해야지 달리 할 일이 없으니 일만 해서 일단 내가 죽겠다.
읽은 책들은 대충이라도 1달 안에 메모라도 해놓는게 이건 한참 귀차니즘이 극에 달할 때에 읽은 부류라 그런지 본가에도 정리를 안해놓았다. 그런 책들이 지금 꽤 됨. ㅠ.ㅠ 올 봄은 내게 정말로 악몽의 계절이었음.
본론으로 돌아와서... ^^;
한국 도자사에 관한 한 국내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이건 내 의견이 아니라 도자기 다큐멘터리를 위해 전문가 섭외를 넣었더니 다들 윤용이 교수님을 권함. 대체로 학계에서 인정하는 모양- 윤용이 교수님의 저술.
인터뷰 때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자는 의미로 이 책을 어떻게 쓰게 됐냐 여쭤봤더니 외부 강의 때 했던 얘기를 정리해서 한번 책으로 내보다는 권유를 받고 강의 원고를 정리했다고 한다. 어쩐지 강의 스타일이다 했더니 역시나. ^^
책의 내용은... 일단 '교수'라는 직함에서 보여지듯 상당히 보수적이다. 사학자라기 보다는 오히려 고고학자의 관점에서 철저한 증거 위주의 학설을 펼치고 계심. 좀 모험적인 내용을 펼쳐 짠~ 하고 화재를 불러일으키며 등장하고 싶은 욕심이 날만도 할 텐데 그런 유혹에서 조금은 갑갑할 정도로 비껴선 정사 위주의 도자사이다.
방송이란 재밌어야 하기 때문에 한국 도자사를 놓고 떠도는 수많은 야사성 가설들, 예를 들어 장보고를 통한 신라말의 청자 유입설이나 조선 사발의 제기설 등등을 여쭤봤지만 고려 청자 유입에 관해서도 그렇고 가장 보수적인 견해를 보이고 계시다. 덕분에 구성 다 틀어서 더빙대본 쓸 때 죽는줄 알았다. ㅠ.ㅠ
화려한 도자기의 역사를 기대하는 사람들에게는 좀 밋밋할지는 몰라도 알찬 기초를 원하는 경우에는 훌륭한 입문서라기엔 좀 버겁긴 하다가 되지 싶음.
저렇게 써놓으니 좀 딱딱할 것 같지 않나 싶은 사람을 위해 구미 당기는 얘기를 해주자면... 작년에 엄청 화제를 일으켰던 (나 역시 감탄하면서 봤다) KBS의 특집 다큐 '도자기'는 거의 이 책의 내용과 루트를 따라갔다. 화려한 나레이션과 영상을 빼면 그 다큐멘터리가 딱 이 책의 내용.
한마디로 한국 도자사학계에서 인정하는 내용들이 정리된 고려청자부터 조선까지 한국 도자기 정사.
아쉽다면 거의 10년 전인 1996년의 저술이다. 윤용이 교수님과도 같은 얘기를 했는데 그동안의 연구 성과들이 더해져서 업그레이드 버젼이 나올 때가 되지 않았나 싶음.
책/인문(국내)
아름다운 우리 도자기
윤용이 | 학고재 | 2005년 2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