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해야 하는데 너무너무 하기 싫어서 잠시 기분전환.
키신 예매가 21일인 것이 뒤늦게 기억나 예매 사이트에 접속했더니 12월1일로 다시 연기됐다. 정말 오기는 오는걸까 갑자기 불안감 내습.
러시아 내셔널 발레단이라는 정체불명의 단체 공연에 40% 할인이라는 당근이 걸려서 고민중,
잠자는 숲속의 미녀라는데... 무용수들은 쭉쭉빵빵이나 무대가 영 허접하다는 얘기가 있어서... 일단 티켓 가격과 좌석과... 그리고 내 마감 일정을 보고 결정해야겠다.
이제 10월 17일이 시작되었다. ^^
다음날 낮 기차로 떠나니까 런던에서의 사실상 마지막 날이다.
유명한 인형 가게 앞에서 한장.
본래 계획은 오전에 부친의 캐시미어 스웨터와 동생 옷, 그리고 아는 작가에게 약속한 므훗한 선물을 그 유명한 옥스포드 스트리트에서 잽싸게 장만하고 내셔널 갤러리로 튀는 거였다.
동생 옷과 므훗은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이 됐는데 한국 면세점에는 있는 버버리우리 부친은 버버리 매니아. ㅠ.ㅠ 터들넥 스웨터가 정작 영국엔 없는 망극한 사태 발견. 이번 여행의 허락이 비교적 곱게 떨어진건 사오겠다는 뇌물 리스트가 작용을 한거였는데 이렇게 부도가 나면 다음 여행에 지장이 많다. 결국 아까운 시간에 본드 스트리트로 이동.
그래도 가는 길에 윌레스 & 그로밋 인형을 파는 그 유명한 인형샵을 -여기선 곰인형을 주문하면 바로 만들어준다- 구경하고 런던에서 처음으로 버스를 타봤다는 것으로 만족.
귀여운 윌레스와 그로밋~ ^^
쇼윈도에 전시되어 있는 모형인데 실제 영화 제작에 사용됐던 소품이라고 한다.
이전 영화 소품들은 화재로 다 타버리고 없다는데... 정말 피눈물이 날듯.
여기부터는 사진은 없지만 그냥 끄적끄적.
바로 근처 폐점 세일하는 도자기 가게에서 티 용품 몇가지 + 샬롯 드 비따 컬렉션 주전자 코끼리로 구입.
본래 고양이나 클림트가 땡겼지만 코끼리가 집안에 있으면 좋다는 말에 혹해서...(좀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부를 상징한다고 한다. ㅎㅎ) 지금 생각하면 나비를 사서 동생을 줄걸 그랬다. 나비를 선물 받으면 시집 간다던데... 이미 지났으니 어쩔 수 없고 다음 기회에...
사실 스테인드 글라스를 연상시키는 직사각형 꽃접시가 너무너무 맘에 들었는데 자그마치 160파운드. -_-; 하다못해 160 달러만 됐어도 하나 사겠구만 파운드는 너무 심하다.
사진을 좀 찍고 싶었지만 너무나 전형적인 무뚝뚝한 영국 할아버지가 주인이라서 물건을 파는 자세도 불량.사줘서 고마워가 아니라 팔아주니 고맙지~의 분위기. -_-;;; 그러나 사실 폐점 세일이라 생각지도 않은 가격으로 내 로얄 앨버트 로즈 컬렉션을 이어갈 수 있어서 사실 고맙긴 했다. 여기서 티캐디도 파스텔톤의 컵받침도 샀음~ ^^
여하튼 너무 비싸니 차라리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가마하면서 바로 옆에 있는 위타드로 이동. 위타드에서 베이비 블루 컬러의 늘 하나 갖고 싶었던 티포원과 스트레이너, 홍차 구입.
그리고 간단히 -그러나 엄청나게 비싼- 점심을 먹고 본드 스트리트로 잽싸게 이동. 그런데 옥스포드보다 훨씬 큰 본드 스트리트에도 캐시미어 터들넥은 없음. 캐시미르 지방에 지진이 났다더니 캐시미어가 씨가 말랐나. -_-;;; 파리를 기약하고 결국 포기했다.
동생의 심부름을 마저 하기 위해 코벤트 가든으로 들렀다가 거기 열린 월요벼룩시장에 다시 이성 상실.
거기서 너무너무 친절한 영국 할머니와 죽이 맞아 되지도 않는 영어로 서로 골동품에 대한 지식을 주고 받으며 할머니의 좌판에서 블랙 레인의 벼룩시장과 비교도 되지 않는 가격에 너무 마음에 드는 물건을 구입했다.
물건 사고 떠드느라 정신없어서 입구쪽 사진만 찍고 정작 내가 산 할머니의 좌판은 찍지도 못했다. ^^;;;
산 것들은 일단 빅토리안 도자기 크리머 2개. 빅토리아 시대의 것이 아니라고 해도 하등 아쉬울 것 없는 가격이기 때문에 어찌됐건 나로선 횡재. 아이쉐도우를 칠한 것 같은 부드러운 색감의 크리머와 동양풍이 유행하던 또 다른 크리머는 내가 딱 원하던 것. ^^
그리고 쇼콜라 주전자로 써도 될 것 같은 프랑스풍 주전자 -바닥에 일련 번호와 제작자의 사인으로 짐작되는 이니셜과 물고기 모양이 음각되어 있다. 그러나 정확한 정체는 모르겠음- 와 요행히 세트로 남아있는 크리머.
뜨거운 도자기를 받치는 실버 코팅 플레이트 구입.
프랑스 스타일의 박스형 슈거볼도 사겠다고 한 것 같은데 그 할머니는 그걸 못들은 모양. 계산을 안했으니 손해날 건 없지만 그래도 눈앞에 자꾸 삼삼하긴 하다.
다음에 런던에 가면 블렉레인 마켓은 가지 말고 월요일에 코벤트 가든에 가야겠다. 중간중간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건너와 영국제인척 하는 물건도 적고 조용하고 가격도 좋다. 그래서 이 할머니에겐 하나도 깍지 않고 달라는대로 줬다.
필 받은 김에 코벤트 가든 위타드에 가서 양귀비 문양 티포원에 각종 홍차들을 추가로 또 구입. 벼룩시장에서 산것과 함께 한짐이다. 내가 너무 신나서 사니까 매니저가 틴사이즈와 티백을 특판가로 줬다는 걸로 짐작된다. "너 이거 싸게 주는거야. 어제까지는 얼마에 팔고..." 어쩌고 하길래 쟤가 무슨 소리를 하나 생각했는데 나중에 계산서를 보니 선물용으로 산 것들 몇개는 가격표보다 싸게 찍혀있다. 고맙다는 말을 좀 더 성실하게 해주고 올것을... ^^;;;
서둘러 꽁지가 빠지게 내셔널 갤러리로 출발.
그런데 이번에 유럽 100배 즐기기 출판사에 항의할 부분 발견.사실 벌써 인터넷 서점 리뷰에 잘못된 부분들 다 조목조목 적어 올렸다. -_-; 갈아타기 힘들어서 내셔널 갤러리로 연결된다는 전철역중 피카딜리 라인을 이용했는데 걷기에 불가능한 거리. 거기다 이정표가 없어 결국 차이나 타운과 파카딜리 서커스까지 걸으면서 헤매다 포기.
내셔널 갤러리와는 다음 만남을 기약하고 포기하려던 버킹엄 궁전으로 갔다. 내셔널 갤러리에 대한 기대가 엄청 컸는데 올해 유럽은 모던이 테마가 되는 모양.
버킹엄 궁전으로 가려면 세인트 제임스 파크역에서 내려 그 공원을 가로지르는 것이 제일 낫다고 한다. 공원 입구에서 찍었다. 정말 푸르른 공원.
청설모인지 다람쥐인지 공원 잔디밭을 뛰어다니는 이 놈이 귀여워서. ^^
멀쩡히 있다가도 카메라만 들이대면 꼭 알기라도 하는 것처럼 뛰어 다닌다. 힘들게 찍은 두 커트.
우리 뽀삐도 좀 저렇게 발랄한 모습으로 뛰어다니면 좋으련만. -_-;;;
버킹엄 궁전 모습
세인트 제임스 공원을 가로질러 간 버킹엄 궁전은... 뭐 그냥 이곳이구나 정도.
그래서 텅 빈 박제된 공간이 아니라 사람이 사는 곳이란 의미에서 조금은 신기했다.
여왕이 있을 때면 저 위에 깃발을 꽂아놓는다고 하는데 깃발을 보니 엘리자베스 여왕이 윈저가 아니라 런던에 머물고 있는 모양이다.
여름 시즌에만 일부 개방을 하기 때문에 가을에 온 나 같은 사람들은 밖에서만 구경한다.
궁전 앞 광장. 여기서 사진을 많이 찍고 구경을 하면 된다. 계단에서 좀 퍼져앉아 있고 싶었는데 다들 사진 찍고 어쩌는 분위기라 방해 되는 것 같아 일찌감치 일어났다.
입구에 기관단총을 들고 있는 군인들을 보면서 얘네도 지은 죄가 많구나. 시내 한가운데에서, 그리고 가까이서 저런 심란한 무기를 본 것은 처음. 멍청한 놈 하나 대통령으로 잘못 뽑은 덕에 모두가 참 난리다.
안쪽 입구를 로봇처럼 계속 섰다 걸었다 반복하는 군인들이 힘들겠구나란 생각도 했음.
그리고 퇴근하고 나오는 차량들을 보며 여기도 직장이란 생각이 드니 재밌기도 하고... ^^ 사는 것보다도 이렇게 출퇴근하는 게 더 재밌을 것 같다.
다음에 런던에 오면 근위병 교대식은 한번 봐줘야겠다.
이날 보니까 다음날 11시 반에 교대식이 있다고 공지가 나와 있었다.
호텔 근처에 있는 막스&스펜서 수퍼마켓에서 파는 조제식품 -런던의 조제식품은 환상이다. 요리를 거의 할 필요가 없음. 일본의 수퍼마켓처럼 스시까지 포장되어 있는 것에 거의 기절- 중 과일 샐러드를 사갖고 들어와 간단히 저녁을 먹고 빅토리아 역에 있는 극장에서 하는 빌리 엘리어트를 보러 출발.
빅토리아 역 근처라는 것만 듣고 위치를 정확히 몰라 걱정했는데 역에 내려 직원에게 물으니까 빌리 엘리어트 보러 왔냐고 하면서 나가서 오른쪽으로 돌라고 한다. 그런데 괜히 물었다 싶을 정도로 지하철 역에서 바로 보이는 거리. ^^;;;
극장 간판을 배경으로 놓고 게이 커플이 열심히 각자 독사진 찍어주더니 사진 찍어달라고 한다. 다정한 포즈 연출하는 모습을 찍어줬더니 역시나 게이답게 친절하게 우리 둘 사진도 찍어주겠다고 함. 별로 원치 않았지만 너무 친절하신 권유라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찍었는데 사진 정말로 디럽게 못찍었다. 지워버렸음. -_-;
그리고 내가 다시 찍은 건물 사진이다.
객석에서 찍은 극장 내부 사진들~
뮤지컬과 관계없이 재밌는 구경 하나를 했다. 어찌 보면 사고 방식의 전환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한국에선 공연장에 음식물이나 음료수 반입이 대체로 절대 금지이다.
그런데 여긴 객석 한쪽에 소프트드링크를 파는 공간이 있고 휴식 시간에 아예 무대앞에 아이스크림 카트를 갖고 직원들이 나와 아이스크림을 판다. 그리고 휴식이 끝나기 직전 직원들이 비닐 봉지 들고 다니면서 껍질을 수거해 간다. ^^ 솔직히 적응이 잘 안됐음. 그러나 극장 수익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것은 다 해야겠지란 생각이 든다.
한국에도 뮤지컬 전용 극장이 생기면 저런 모습이 가능할까?
생각이 든 순간... 좀 미안한 얘기지만 풀어주면 딱 거기까지만 해야하는데 우리 나라 사람들의 기질상 저렇게 하면 공연하는 중간에 먹는 인간들이 틀림없이 있을거다. 금지하는 지금도 애들 많이 온 공연 가면 과자나 사탕 봉지 부스럭거리고 음료수 쪽쪽 빠는 소리가 요란한데... -_-;;; 상상만 해도....
한국은 그냥 하던대로 공연장에 음식물 반입절대 금지를 고수함이 나을듯.
이렇게 17일은 비교적 우아~하고 편안하게 패스.
내셔널 갤러리에 못간 것이 무지 아쉽지만 다음 기회를 기약하면서 털었다.
빌리 엘리어트 감상은 또 다음에~
키신 예매가 21일인 것이 뒤늦게 기억나 예매 사이트에 접속했더니 12월1일로 다시 연기됐다. 정말 오기는 오는걸까 갑자기 불안감 내습.
러시아 내셔널 발레단이라는 정체불명의 단체 공연에 40% 할인이라는 당근이 걸려서 고민중,
잠자는 숲속의 미녀라는데... 무용수들은 쭉쭉빵빵이나 무대가 영 허접하다는 얘기가 있어서... 일단 티켓 가격과 좌석과... 그리고 내 마감 일정을 보고 결정해야겠다.
이제 10월 17일이 시작되었다. ^^
다음날 낮 기차로 떠나니까 런던에서의 사실상 마지막 날이다.
유명한 인형 가게 앞에서 한장.
본래 계획은 오전에 부친의 캐시미어 스웨터와 동생 옷, 그리고 아는 작가에게 약속한 므훗한 선물을 그 유명한 옥스포드 스트리트에서 잽싸게 장만하고 내셔널 갤러리로 튀는 거였다.
동생 옷과 므훗은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이 됐는데 한국 면세점에는 있는 버버리
그래도 가는 길에 윌레스 & 그로밋 인형을 파는 그 유명한 인형샵을 -여기선 곰인형을 주문하면 바로 만들어준다- 구경하고 런던에서 처음으로 버스를 타봤다는 것으로 만족.
귀여운 윌레스와 그로밋~ ^^
쇼윈도에 전시되어 있는 모형인데 실제 영화 제작에 사용됐던 소품이라고 한다.
이전 영화 소품들은 화재로 다 타버리고 없다는데... 정말 피눈물이 날듯.
여기부터는 사진은 없지만 그냥 끄적끄적.
바로 근처 폐점 세일하는 도자기 가게에서 티 용품 몇가지 + 샬롯 드 비따 컬렉션 주전자 코끼리로 구입.
본래 고양이나 클림트가 땡겼지만 코끼리가 집안에 있으면 좋다는 말에 혹해서...(좀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부를 상징한다고 한다. ㅎㅎ) 지금 생각하면 나비를 사서 동생을 줄걸 그랬다. 나비를 선물 받으면 시집 간다던데... 이미 지났으니 어쩔 수 없고 다음 기회에...
사실 스테인드 글라스를 연상시키는 직사각형 꽃접시가 너무너무 맘에 들었는데 자그마치 160파운드. -_-; 하다못해 160 달러만 됐어도 하나 사겠구만 파운드는 너무 심하다.
사진을 좀 찍고 싶었지만 너무나 전형적인 무뚝뚝한 영국 할아버지가 주인이라서 물건을 파는 자세도 불량.
여하튼 너무 비싸니 차라리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가마하면서 바로 옆에 있는 위타드로 이동. 위타드에서 베이비 블루 컬러의 늘 하나 갖고 싶었던 티포원과 스트레이너, 홍차 구입.
그리고 간단히 -그러나 엄청나게 비싼- 점심을 먹고 본드 스트리트로 잽싸게 이동. 그런데 옥스포드보다 훨씬 큰 본드 스트리트에도 캐시미어 터들넥은 없음. 캐시미르 지방에 지진이 났다더니 캐시미어가 씨가 말랐나. -_-;;; 파리를 기약하고 결국 포기했다.
동생의 심부름을 마저 하기 위해 코벤트 가든으로 들렀다가 거기 열린 월요벼룩시장에 다시 이성 상실.
거기서 너무너무 친절한 영국 할머니와 죽이 맞아 되지도 않는 영어로 서로 골동품에 대한 지식을 주고 받으며 할머니의 좌판에서 블랙 레인의 벼룩시장과 비교도 되지 않는 가격에 너무 마음에 드는 물건을 구입했다.
물건 사고 떠드느라 정신없어서 입구쪽 사진만 찍고 정작 내가 산 할머니의 좌판은 찍지도 못했다. ^^;;;
산 것들은 일단 빅토리안 도자기 크리머 2개. 빅토리아 시대의 것이 아니라고 해도 하등 아쉬울 것 없는 가격이기 때문에 어찌됐건 나로선 횡재. 아이쉐도우를 칠한 것 같은 부드러운 색감의 크리머와 동양풍이 유행하던 또 다른 크리머는 내가 딱 원하던 것. ^^
그리고 쇼콜라 주전자로 써도 될 것 같은 프랑스풍 주전자 -바닥에 일련 번호와 제작자의 사인으로 짐작되는 이니셜과 물고기 모양이 음각되어 있다. 그러나 정확한 정체는 모르겠음- 와 요행히 세트로 남아있는 크리머.
뜨거운 도자기를 받치는 실버 코팅 플레이트 구입.
프랑스 스타일의 박스형 슈거볼도 사겠다고 한 것 같은데 그 할머니는 그걸 못들은 모양. 계산을 안했으니 손해날 건 없지만 그래도 눈앞에 자꾸 삼삼하긴 하다.
다음에 런던에 가면 블렉레인 마켓은 가지 말고 월요일에 코벤트 가든에 가야겠다. 중간중간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건너와 영국제인척 하는 물건도 적고 조용하고 가격도 좋다. 그래서 이 할머니에겐 하나도 깍지 않고 달라는대로 줬다.
필 받은 김에 코벤트 가든 위타드에 가서 양귀비 문양 티포원에 각종 홍차들을 추가로 또 구입. 벼룩시장에서 산것과 함께 한짐이다. 내가 너무 신나서 사니까 매니저가 틴사이즈와 티백을 특판가로 줬다
서둘러 꽁지가 빠지게 내셔널 갤러리로 출발.
그런데 이번에 유럽 100배 즐기기 출판사에 항의할 부분 발견.
내셔널 갤러리와는 다음 만남을 기약하고 포기하려던 버킹엄 궁전으로 갔다. 내셔널 갤러리에 대한 기대가 엄청 컸는데 올해 유럽은 모던이 테마가 되는 모양.
버킹엄 궁전으로 가려면 세인트 제임스 파크역에서 내려 그 공원을 가로지르는 것이 제일 낫다고 한다. 공원 입구에서 찍었다. 정말 푸르른 공원.
청설모인지 다람쥐인지 공원 잔디밭을 뛰어다니는 이 놈이 귀여워서. ^^
멀쩡히 있다가도 카메라만 들이대면 꼭 알기라도 하는 것처럼 뛰어 다닌다. 힘들게 찍은 두 커트.
우리 뽀삐도 좀 저렇게 발랄한 모습으로 뛰어다니면 좋으련만. -_-;;;
버킹엄 궁전 모습
세인트 제임스 공원을 가로질러 간 버킹엄 궁전은... 뭐 그냥 이곳이구나 정도.
그래서 텅 빈 박제된 공간이 아니라 사람이 사는 곳이란 의미에서 조금은 신기했다.
여왕이 있을 때면 저 위에 깃발을 꽂아놓는다고 하는데 깃발을 보니 엘리자베스 여왕이 윈저가 아니라 런던에 머물고 있는 모양이다.
여름 시즌에만 일부 개방을 하기 때문에 가을에 온 나 같은 사람들은 밖에서만 구경한다.
궁전 앞 광장. 여기서 사진을 많이 찍고 구경을 하면 된다. 계단에서 좀 퍼져앉아 있고 싶었는데 다들 사진 찍고 어쩌는 분위기라 방해 되는 것 같아 일찌감치 일어났다.
입구에 기관단총을 들고 있는 군인들을 보면서 얘네도 지은 죄가 많구나. 시내 한가운데에서, 그리고 가까이서 저런 심란한 무기를 본 것은 처음. 멍청한 놈 하나 대통령으로 잘못 뽑은 덕에 모두가 참 난리다.
안쪽 입구를 로봇처럼 계속 섰다 걸었다 반복하는 군인들이 힘들겠구나란 생각도 했음.
그리고 퇴근하고 나오는 차량들을 보며 여기도 직장이란 생각이 드니 재밌기도 하고... ^^ 사는 것보다도 이렇게 출퇴근하는 게 더 재밌을 것 같다.
다음에 런던에 오면 근위병 교대식은 한번 봐줘야겠다.
이날 보니까 다음날 11시 반에 교대식이 있다고 공지가 나와 있었다.
호텔 근처에 있는 막스&스펜서 수퍼마켓에서 파는 조제식품 -런던의 조제식품은 환상이다. 요리를 거의 할 필요가 없음. 일본의 수퍼마켓처럼 스시까지 포장되어 있는 것에 거의 기절- 중 과일 샐러드를 사갖고 들어와 간단히 저녁을 먹고 빅토리아 역에 있는 극장에서 하는 빌리 엘리어트를 보러 출발.
빅토리아 역 근처라는 것만 듣고 위치를 정확히 몰라 걱정했는데 역에 내려 직원에게 물으니까 빌리 엘리어트 보러 왔냐고 하면서 나가서 오른쪽으로 돌라고 한다. 그런데 괜히 물었다 싶을 정도로 지하철 역에서 바로 보이는 거리. ^^;;;
극장 간판을 배경으로 놓고 게이 커플이 열심히 각자 독사진 찍어주더니 사진 찍어달라고 한다. 다정한 포즈 연출하는 모습을 찍어줬더니 역시나 게이답게 친절하게 우리 둘 사진도 찍어주겠다고 함. 별로 원치 않았지만 너무 친절하신 권유라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찍었는데 사진 정말로 디럽게 못찍었다. 지워버렸음. -_-;
그리고 내가 다시 찍은 건물 사진이다.
객석에서 찍은 극장 내부 사진들~
뮤지컬과 관계없이 재밌는 구경 하나를 했다. 어찌 보면 사고 방식의 전환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한국에선 공연장에 음식물이나 음료수 반입이 대체로 절대 금지이다.
그런데 여긴 객석 한쪽에 소프트드링크를 파는 공간이 있고 휴식 시간에 아예 무대앞에 아이스크림 카트를 갖고 직원들이 나와 아이스크림을 판다. 그리고 휴식이 끝나기 직전 직원들이 비닐 봉지 들고 다니면서 껍질을 수거해 간다. ^^ 솔직히 적응이 잘 안됐음. 그러나 극장 수익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것은 다 해야겠지란 생각이 든다.
한국에도 뮤지컬 전용 극장이 생기면 저런 모습이 가능할까?
생각이 든 순간... 좀 미안한 얘기지만 풀어주면 딱 거기까지만 해야하는데 우리 나라 사람들의 기질상 저렇게 하면 공연하는 중간에 먹는 인간들이 틀림없이 있을거다. 금지하는 지금도 애들 많이 온 공연 가면 과자나 사탕 봉지 부스럭거리고 음료수 쪽쪽 빠는 소리가 요란한데... -_-;;; 상상만 해도....
한국은 그냥 하던대로 공연장에 음식물 반입절대 금지를 고수함이 나을듯.
이렇게 17일은 비교적 우아~하고 편안하게 패스.
내셔널 갤러리에 못간 것이 무지 아쉽지만 다음 기회를 기약하면서 털었다.
빌리 엘리어트 감상은 또 다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