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를 위한 사전 조사차 골라잡았다.
두바이에선 매끼 현지 음식을 먹어줄 예정이라 뭘 먹어야할지 사전 조사 겸해서 잡은 책.
하필이면 다음달부터 라마단이 시작된다고 해서 조금 불안하긴 하지만... 길거리 음식은 불가능하다 하더라도 최소한 저녁은 푸짐하게 잘 먹을 수 있겠지.
출판사 이름에서 다들 대충 포기를 하겠지만 정말로 엄청나게 촌스러운 표지의 책이다. 차라리 나의 허접한 포삽 실력으로 대충 만들어도 저것보다는 나을 것 같은 색감과 디자인. 겉으로 봐서는 두번 쳐다보지도 않을 책이다.
그러나 내용은 표지와 달리 꽤 알차다. 물론 여기 소개된 각국 음식 문화에 대해 충분한 이해와 사전지식이 있는 사람에게는 대충 훑고 간 겉핥기 정보 취급을 받겠지만 초보자에게는 꽤나 알차다. 아쉽다면 1997년도 책이라서 정보의 업데이트가 없다는 정도.
외대의 교수들이 각자 전공에 따라 한 나라씩을 맡아 그 부분에 대해 쓴 책인데 한국, 일본, 중국 부분은 평범한 수준이다. 약간의 기본 지식이 있는 나 정도의 독자에게는 크게 새로울 것 없는 말 그대로 입문서. 그러나 학문적인 충실함만은 인정을 해줘야 할 듯.
몽골인의 음식문화는 다양한 차트를 활용한 것까지는 좋은데 이 부분을 쓴 저자의 국어 실력이 좀 심하게 빈약하다. 너무 중복되는 표현 때문에 흡사 번역문을 보는 느낌. 몽골어로 쓴 논문을 한국어로 번역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내용적인 면에서는 아는 것도 있었지만 모르는 것도 꽤 많아서 만족,
동남아시아 지역인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인도, 스리랑카의 음식 문화는 신선한 정보를 전달해줬음.
이 책을 택한 나의 궁극적 목적인 아랍이 포함된 터키, 이란, 아랍, 서아프리카의 음식문화 부분은 솔직히 새로운 세상을 조금 엿봤다고 해야하나. 몰랐던 부분이 많았기 때문에 뒤로 갈수록 흥미진진했다.
특히 아랍쪽은 포스트잇으로 체크를 해놨으니 좀 여유가 생기면 두바이에 가서 챙겨 먹어야 할 음식들의 목록도 정리를 해놔야겠다.
이 책 전체에 대한 감상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쉽지만 내용이 가볍지는 않다. 식도락이 트랜드가 되면서 어느 나라에 가면 뭘 먹어야 하고 어느 음식점이 맛있고를 알려주는 가이드형 서적들이 그야말로 우후죽순처럼 출판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어느 음식이 맛있고 어떤 것을 먹는다가 아니라 종교와 관습, 사회학적인 고찰이 음식과 어우러져 설명이 된다. 음식을 통해, 어설프나마 한 사회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우려는 시각이 마음에 든다.
터키던가? 부분을 쓴 김대성 교수가 어떤 국가나 민족에 대한 이해를 위해선 언어와 함께 식생활 관습과 문화의 여러 측면을 파악해야 한다는 요지의 얘기를 썼는데 정확히 동감. 그런 의미에서 두바이에 가면 삼시 세끼를 다 아랍식으로 먹어주겠다. ㅎㅎ
마지막에 부록 스타일로 이게 없어도 충분히 두껍건만 역시나 대한교과서 주식회사란 이름에 어긋나지 않도록또라쟈 부족의 장례 풍습에 관한 사회학적인 설명이 나와있는데 이것도 역시 흥미롭다.
꽤 오래전에 kbs에서 다큐멘터리로 한걸 재밌게 봤는데 이 부분을 쓴 교수는 그게 일부만 대충 보여준거라고 비판. 아마 그 다큐멘터리의 자문을 맡지 않았을까 짐작이 되는데... 방송이란 것이 학문에서 요구하는 것만큼 세세하게 보여줄 수는 없겠지만 요지는 대충 전달한 것 같은데. 텍스트로 정리된 것을 보니 좀 더 세세하고 재미있기는 하다.
90년대... 좋은 세상이었지. 남들 모르는 오지도 많았고 카메라만 갖다대고 찍어만 와도 방송이 될 신선한 아이템이 널렸었는데. 지금은 어림반푼어치도 없음. 그냥 잊을만 하면 다시 찍어서 재탕하는게 고작이다.
각설하고 촌스런 외모에 비해 속은 알찬 사람을 만난 기분이었음.
책/인문(국내)
음식으로 본 동양문화
김태정 外 | 대한교과서주식회사 | 2005. 9. 1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