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마르칼 | 북스피어 | 2007.12.?~16
원제는 Le Cycle du Graal: La Naissance du Roi Arthur tome 1 로 1993년에 나온 책이다. 나는 아마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책 나올 때 왕창 할인하는 프로모션 기간에 산 것 같은데 이상하게 손에 잡히지가 않아서 미뤄두고 있었음. 억지로라도 읽고 끝을 내려고 화장실에 비치하면서 (^^;;;) 일단 1권 격파에 성공했다.
전체 내용은 아더왕과 원탁의 기사에 관한 것인듯 싶은데 1권은 아더왕과 한쌍으로 등장하는 멀린의 얘기를 중심으로 아더가 왕이 되기 이전 세대의 얘기가 중심이 되고 있다. 이 책에 아더는 아직 소년으로 엑스칼리버를 뽑는 데까지 겨우 왔고 아직 그의 활약상은 시작도 되지 않았다.
어린이용으로 축약된 동화나 토마스 볼핀치가 정리한 아더왕과 원탁의 기사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장대함이라는 게 일단 1권을 읽은 인상이다. 1권은 서장이나 프롤로그 정도라고 할 수 있겠음.
아주 자세한 멀린의 이야기와 당시 브리튼의 권력관계며 역학구조, 또 그들의 세계관을 바라보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내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것은 책 중간중간 박스로 묶어놓은 켈트 전설과 드루이드와 이 판본의 연관성이다. 기독교가 자신들의 색채로 억지로 덧칠을 해놓은 그 내용 아래 살아있는 고대의 색채와 무참하게 난도질당하고 폄훼되는 여신 숭배의 흔적으로 찾아내는 즐거움이 진짜로 쏠쏠함.
특히 저자와 번역자가 책 말미에 덧붙인 해설이나 첨언은 본문과 비슷할 정도로 읽을만 하다. 쓸데없는 잡설이 아니라 그 자체가 또 하나의 읽을거리임.
표지는 좀 환타지 소설 느낌이 나지만 (하긴 환타지 소설이긴 하다. ^^) 편집이며 내용 구성이 진짜로 공을 많이 들인 느낌이 나느 책. 소장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