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를 좀 할까 했는데 무릎 위에 올라온 뽀삐가 자리를 잡고 슬리핑 모드로 돌입한 바람에 잠시 컴앞에서 더 머물러주기로 했다. 얘는 진짜 무릎 강아지. ^^; 뉴스니 뭐니 봐봤자 괜히 혈압만 오르니까 그냥 건설적인 포스팅이나 하기로 하고 보다가 미뤄놨던 와인 정리를 하기로 결정.
오랜만에 와인 포스팅이라 그런지 장난 아니게 많이 마셨다는 생각이 든다. 문제는 사진을 안 찍고 병을 버린 것들도 꽤 있다는 것. ^^;;;
사진에 저장된 차례가 마셨던 차례일 테니까 옛날 것부터 차례로 시작하면 먼저 Nottage Hill Chardonnay 2006
사온 날 맛보시라고 부친께 진상. 딱 한입 맛만 봤는데 오~ 아주 훌륭하네. 5천원인가 6천원 주고 사왔는데 사진도 안 찍어놓은 만원짜리 보다 훨씬 낫다.
시간이 많이 지나서 정확한 맛이나 세세한 것들은 기억을 못하겠지만 좋은 샤도네이답게 적당히 묵직하고 쌉쌀하면서 깔끔했던 기억이 난다.
그날 함께 있었떤 ㅂ양도 맛보고 좋았다고 했음. <-- 엄청 까칠한 ㅂ양이 이 정도 반응이면 상당히 괜찮은 것임.
다음에도 보이면 꼭 구입 예정. 가격 대비 아주 훌룽했다.
ttinger
전복회를 먹고 싶다고 노래하던 동생이 온 날 전복과 광어, 농어회를 안주로 놓고 역시나 샴페인 샴페인을 외치던 동생이 와인 냉장고에서 냉큼 꺼내와서 개봉. 모에 샹동 로제를 마실까 하다가 아무래도 로제는 좀 단맛이 강할 것 같아서 이쪽을 선택했다.
역시 한달 가까이 지나다보니 정확한 시음기는 불가능이고... 쌉쌀하니 해산물류와 잘 어울렸다는 정도로 요약헐 수 있겠다. 고운 기포가 균일하게 오랫동안 올라오는 것도 마음에 들었음.
다 비슷한 용법으로 스파클링 와인을 만드는 걸텐데 프랑스에서 나오는, 샴페인이라고 이름 붙은 것들만 기포가 이렇게 길고 풍부하고 고른지 정말 궁금하다. 아마 지들만의 노하우가 있겠지. 하지만 이런 까탈은 1년에 한번이고 평소 때는 스페인에서 건너온 CAVA에 진심으로 감사하면서 맛있게 마셔주고 있다. ㅎㅎ
LAFORET BOURGOGNE Chardonnay 2002
와인병 검사하러 나타난 뽀삐. ^^ 소믈리에가 되려는지 요즘 와인병을 찍기만 하면 나타나서 냄새를 맡고 저렇게 불만스런 표정으로 사라진다. ㅋㅋ
SONG BLUE CARBERNET SAUVIGNON 2003
까베르네 소비뇽이 그렇게 미묘하고 풍부한 맛을 내는 품종은 아니지만 그래도 괜찮은 건 아주 괜찮은데 얘는 평범한 종류. 찌리리한 자극과 풍부한 탄닌맛은 느껴져 고기와 곁들이기에 나쁘지는 않지만 딱 거기까지. 평범한 아쌈 홍차를 마시는 기분이랄까? 그래도 가격이 쌌었고 또 이 정도 가격에 이 정도 수준의 쁘띠 사이즈 와인도 흔치 않는 만큼 세일할 때 또 만나면 재구입할 것 같다.
CASTALDO CHIANTI 2003
2003년 포도들이 아주 좋았고 또 끼안티를 좋아하기 때문에 + 세일이라 싸다는 잇점이 더해져서 구입을 해봤는데 진짜 너무너무 괜찮다. 좀 더 사올 것을 한병만 사온게 마구마구 후회가 될 정도.
이날 컨디션이 완전 꽝이라서 아버지만 드시라고 쁘띠 사이즈를 열었는데 평소 어지간히 훌륭하지 않은 한 절대 괜찮다는 말을 하지 않는 부친이 아주 괜찮다면서 맛이라도 보라고 건네주셔서 딱 한 모금 마셨는데 정말 술 못 마시는 게 서러웠다. ㅠ.ㅠ
잔이 코끝에 다가오자 확 퍼지는 부케에 입안에 한방을 넣고 굴리기도 전에 입안 가득 가벼운 캐러맬인지 바닐라인지 모를 달콤함이 확 퍼진다. 근데 이게 나나 부친이 좋아하지 않는 단맛이 아니라 향기만 살짝 달큼한 듯 말듯 하면서 맛은 달지 않고 동글동글한 쌉쌀함. 겹겹이 쌓인 깊은 아로마라는 말이 어디에 쓰이는 건가 했더니 바로 얘였다.
다음에 만나면 반드시 구입 예정. 큰 병이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