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회의니 뭐니 해서 외출이 잦으니 점점 더 사랑받는 것은 이 살림 시리즈. 그리고 분량이 작다 보니 빨리빨리 끝내는 재미가 있어 더 선호하게 되는 것 같다.
극히 일부인, 한국에 관심이 있거나 한국 회사와 관련이 있는 사람들, 한국 사람들이 쓸어오는 유명 브랜드 매장 직원들을 제외하고는 대다수에게 존재 자체도 잘 모르는 기타 등등에 해당하는 국가의 국민으로 살다보면 해외에 나갈 때마다 좀 씁쓸할 때가 많다. 아마 내가 대화했던 우리처럼 마이너한 국가의 사람 역시 나를 통해서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 거라고 본다. 그때마다 느꼈던 미안함과 동질감이 우리처럼 마이너에 속하는 국가에 대한 관심을 내게 꾸준히 불러 일으켰다.
불행히도 한국에서는 관심이 있어서 인터넷에 떠다니는 신뢰도 낮은 관광 정보를 제외하고 소위 메이저 강대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의 문화나 역사, 풍습을 알기란 쉽지가 않다. 그런 의미에서 꾸준히 낯선 나라들에 대해. 짧게라도 책을 내주는 살림에 대해 늘 고마움을 갖게 된다.
오랫동안 악의 축으로 취급받던 이란. 어학 연수를 갔을 때 이란 학생과 친하게 지냈기 때문에 이란이 열사의 사막만 있는 곳이 아니라 스키장도 있고, 사우디보다는 그래도 여성들의 활동이 조금은 가능한 곳이라는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아라비안 나이트로 잔뜩 부풀려진 페르시아의 낭만과 니체의 짜라투스트라 덕분에 알게된 조로아스터교가 융성했던 고장이란 것, 호메이니 덕분에 너무도 유명해진 시아파 이슬람이라는 정보도 알고 있었고.
이 책에선 이런 단편적인 정보들을 에스파한이라는 이란의 가장 아름다운, 세상 아름다움의 절반을 갖고 있는 도시를 중심으로 간략하게나마 정리해주고 있다. 에스파한의 명소를 소개하면서 이 도시가 어떻게 형성이 되어 있는지, 그리고 도시를 중심으로 역사를 풀어내고 있는데 이 방식에는 조금 불만이 있다.
가까운 역사에서 아주 과거로 갔다가 다시 가까운 곳으로 형식은... 흥미를 끌기 위해서는 바람직할지 몰라도 이렇게 짧은 책에서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잘 모르던 도시와 나라에 대한 정보를, 특히 에스파한에 꼭 가보고 싶다는 욕망까지 불러 일으키는 소개였지만 살림 문고의 성격과는 조금 맞지 않는 문체와 내용들이 거슬렸다. 간략하게 정리된 지식서가 아니라 여행을 다녀온 기록을 남긴 블로그나 기행문류의 서적에 맞는, 소재나 객관성과 상관없는 개인적인 감상이 곳곳에 드러나서 중간중간 집중도를 많이 떨어뜨리고 완성도 측면에서도 마이너스.
인터넷 서점의 책분류가 인문쪽으로 되어 있어서 거기에 집어넣어놨지 내 독후감 카테고리엔 솔직히 다른 쪽에 넣는게 더 맞지 않나 잠시 고민도 했었다. 하지만 에스파한이라는 도시와 이란에 대한 기초적인 정보를 얻게 해준, 소재의 선택 면에서는 만족한다. 저자는 이란에 머물면서 공부를 하고 있는 것 같던데 우리가 잘 모르는 이란의 세세한 역사며 다양한 부분들을 이렇게 단편적으로라도 계속 소개를 해주면 좋겠다.
책/인문(국외)
에스파한 - 제국의 흥망성쇠를 담고 있는 이란의 진주
유흥태 | 살림 | 2009.11.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