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말이나 18세기 초에 은밀히 돌아다니던 필사본이었고 그리고 몇번 소장용으로 출간된 적이 있다는 종교 비판 서적이다.
세명의 사기꾼은 표지에 나온 것처럼 모세, 예수, 마호메드이다. 저자 그룹인 스피노자의 정신에서 볼 때 모세는 유대교의 창시자이고, 예수는 기독교, 마호메드는 이슬람교의 창시자로 당시에 (현재까지도) 가장 영향력이 큰 세 종교를 타겟으로 잡아 원시종교부터 모든 종교를 몰아서 허구성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을 하고 있다.
성서나 일대기, 코란에서 묘사되는 예언자, 혹은 선지자들의 기적을 조작으로 설명하고 -우물에서 들려온 마호메드는 신의 사자이고 예언자라는 알라의 음성을 마호메드가 몰래 시킨 하인의 음성이라거나, 그의 신의 음성을 들려주기위해 날아온 비둘기들이 마호메드의 귀에 속삭이는 것은 귓속에 곡식을 숨겨놨기 때문이라거나-, 가장 가난하고 핍박받는 사람들까지 평등하게 사랑하고 구원하는 기독교의 포교를 가장 공략하기 쉽고 속기 쉬운 무지한 사람들이기에 그들을 타겟으로 선교 활동을 했다는 식으로 해석한다.
현대인인 내 눈으로 봐도 참신하고, 생각지도 못한 공략. 이 책이 계몽주의가 싹을 튀우기는 했지만 여전히 서슬 퍼런 종교재판과 마녀 사냥이 남아 있던 1700년대 유럽에서 나왔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혁신적이다. 더불어 여기서 아직도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는 종교 비판의 이론을 보면 대다수의 인간은 소수의 선각자들의 답습을 하는 존재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여러 저자들이 썼는지 중언부언 반복되는 내용들이 좀 있기는 하지만 시각의 참신함과 시대를 몇 세기나 앞선 생각에 감탄을 했다. 내가 유신론자가 아니었다면 이거야말로 인민의 아편인 종교와 싸우는 (^^) 최고의 무기를 발견했다고 흥분했겠지만 특정 종교에 몸을 담고 있지는 않아도 난 신의 존재는 믿는 인간이라 감탄의 정도에서 끝.
부패한 종교 지도자들은 한번쯤은 읽고 왜 자신들이 비판받는지에 대해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늘 그렇듯 정작 읽어야할 사람들은 읽지 않겠지만.
책의 본론과 좀 떨어진 지엽적인 예인데, 로마의 창건자인 로물루스와 2대 황제 누마 폼필리우스에 대한 부분을 읽으면서는... 똑같은 텍스트를 가지고도 이렇게 다른 해석이 가능하구나, 라는 인문학 서적을 읽을 때 종종 만나는 그 다양성의 아이러니랄까, 패러독스를 느낀다.
로물루스는 말년에 갑자기 사라지는 것으로 일생을 마친다. 로마 신화와 역사에서는 그가 하늘로 올라가 신이 되었다고 주장하지만 플루타르크를 비롯한 후대 역사가들은 로물루스의 반대파들이 그를 암살하고 로마 시민들의 보복을 피하기 위해 로물루스가 신이 되었다는 소문으로 사건을 무마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나 역시도 이 가설에 한 표) 하지만 이 책에서는 로물루스 스스로가 사람들이 절대 시체를 찾을 수 없는 깊은 늪지에서 생을 마침으로 자신을 신격화했다고 판단한다. 진실은 저 너머 어딘가에 있겠지만 재미있는 해석이었다. 나름대로 가능성도 있고.
과거에는 갖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목이 뎅강 잘릴 책이 이렇게 손쉽게 손에 들어오고 대놓고 출판되는 세상이 됐다니... 인간 역사에 대한 온갖 비관적인 설이 난무하고 있지만 이런 부분을 볼 때면, 아주 조금씩이지만 좋은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믿고 싶어진다.
200년 전 가장 급진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던 사람들의 독특한 시각을 만나는 재미있는 책이었다. 이들이 불교와 석가모니의 존재를 알았다면 어떻게 썼을지 궁금하다. 부처의 기적들은 또 어떤 형식으로 신랄하게 비판을 해줬을까. 21세기에 스피노자의 정신이 또 나와주면 재미있을 것 같다.
책/인문(국외)
세 명의 사기꾼 - 모세, 예수, 마호메트
스피노자의 정신 | 생각의나무 | 2009.11.1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