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첫 포스팅이니 좀 영양가 있는 걸로 시작해보자는 의미에서~
내 화장실 독서 프로젝트. ^^ 보통 2달 정도면 한권을 끝내는데 이번에는 이상하게 속도가 붙지 않아서 장장 석달을 끌었다.
이번 권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아이밀리우스 파울루스. 앞서 2권의 티몰레온과 짝을 이루는 인물이다. 그외에 펠로피다스와 마르켈루스. 아리스티데스와 마르쿠스 카토. 필로포이멘과 플라미니누스. 이렇게 4쌍 반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속독을 하는 나로서는 좀 드물게 꼼꼼하게 읽어나가다보니 발견되는 재미있는 사실이, 앞서 다른 영웅에 대해 얘기할 때는 악역으로 느껴지던 인물들이 뒤편에서는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자면 2부의 파비우스 편에서 성급함으로 패배하기도 하고 찌질하게(?) 묘사되던 마르켈루스가 용맹한 장군으로 탈바꿈해져 있다. 특히 3권의 마지막 한쌍인 필리포이멘과 플라미니누스 부분에선, 바로 필리포이멘 부분에서 그의 방해자이자 악역이던 플라미니누스가 맞붙여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마지막에 플루타르크가 두 인물을 비교해 장단점을 묘사하고 나름대로 우열을 가리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약간은 혼란스러울 수도 있는 등장과 퇴장들이다. 많은 주인공들이 한 무대에 등장해 각각의 얘기를 자기 입장에서 풀어나가는 연극이나 장편 옵니머스 시리즈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랄까. 어른들을 위한 위인전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다 읽어나가는 내내 소위 영웅들을 대하는 플루타르크의 다면적인 시각을 즐기게 될 것 같다.
이제 겨우 3권을 끝내고 같은 날 4권을 조금 읽어서 아직 단언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플루타르크 영웅전에서 내 최고 비호감은 카토가 될 것 같다. 플루타르크 스스로도 비판했듯이 참으로 인정머리 없고 독단적이며 염치도 살짝 부족하고 권세욕과 명예욕으로 똘똘 뭉친 인물이다. 플루타르크의 평가에 100% 동조하면서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며 분란 일으키는 것도 엄청 좋아하는 것 같다는 내 비판도 덧붙이고 싶다.
카토가 두끗에서 세끗 정도 어긋난 케이스가 바로 2010년 지금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아닐까 싶은데... 악덕을 많이 지녔지만 그 악덕을 적절히 견제해 한계선 안에 묶어놓고 국가를 위해 능력을 쓸 수 있도록 했던 것은 로마라는 사회의 건강한 시스템이 살아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로마의 정신이나 국가의 건전성을 지키려는 시스템이 말기처럼 난장판이었다면 카토 같은 인물은 분명히 두세끗 정도 어긋나서 한 사회의 말기에 등장하는 간신배 내지 매국노로 화려한 활약을 보였겠지.
이메가와 그 일당들이라는 괴물을 만든 것은 바로 우리들 -여기에 내가 포함되는 건 너무 억울하긴 하지만 한국 국적이니 할 수 없이- 이라는 건 인정하는데 이 시점에서 내가 가장 걱정하는 건 이 괴물, 혹은 병균을 퇴치할 면역 체계가 우리 사회에 남아 있느냐는 것이다. 이왕이면 종말을 향한 말기병이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수명 중간에 잠시 만난, 자체 면역으로 치유 가능한 질병이기를 바라긴 하는데... 올 6월의 지자체 선거 때 어느 쪽인지 대충 알게 되겠지.
2000년에 산 책인데 그때는 재미로 훌훌 읽어내렸고 지금은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해준다. 당시에는 로마 제국의 팬이었는데 어느새 안티로 돌아서서 그런지 몰입과 동조의 감정이 사라져서 그건 좀 아쉽다. 어쨌든 올해 안에는 끝을 낼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