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Fakes & Forgeries로 2005년에 나온 책이다.
작년에 주문해놓고 몇장 읽었는데 책 사이즈가 크고 두껍다보니 휴대성이 떨어져서 뒤로 밀려서 잠시 잊혀졌던 책인데 읽다만 책들을 털어버리기 위해 잡아서 오늘 끝냈다.
내용은 말 그대로 사기와 위조에 관한 내용들. 위조 하면 딱 떠오르는 화폐와 미술품 위조에 관한 내용은 예상대로 엄청나게 풍부하다. 표지에 등장하는 저 유명한 콧수염의 주인공 달리는 자기가 죽은 뒤에 위조 미술품을 열심히 만들어 보라는 의미에서인지 아예 자기 사인을 한 빈 종이를 엄청 많이 남겼고 소원대로 피카소와 함께 미술품 시장에서 가장 많은 가짜가 나돌고 있다. 하여간 화가라는 족속들은 범인으로 이해하기 힘든 괴짜들이 많은듯.
갤러리 훼이크라는 일본 만화를 보면서 가짜 미술품의 세계에 대해 흥미롭게 접했는데 이 책은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픽션인지 알 수 없었던 그 만화에서 느꼈던 갈증의 상당 부분을 해소시켜주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는 가짜라고 하지만 다른 의견으로는 진위 여부가 밝혀지지 않거나, 또 다른 반론이 있는 것들도 소수 포함되어 있는 것 같다. 대표적인 게 오파츠라고 하나? 남아메리카의 알 수 없는 신비한 문명체의 산물, 혹은 외계인의 작품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자아내면서 세계 부호들의 수집품으로 각광받고 있는 그 수정 해골 -갤러리 훼이크에서도 등장했다- 이 여기서는 현대의 보석 연마기구로 가공한 흔적이 있다고 단정짓고 있다. 몇년 전에 미스테리 유물전이라는 전시회를 할 때 그 도록 작성을 맡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 전시품 중에 수정 해골이 하나 있었다. 그때 설명은 갤러리 훼이크에 등장했던 그런 내용이었는데... 전 세계적으로 수정 해골이 10개 정도 있다고 하는데 그 10개가 모두 그런 가짜인지, 아니면 진짜 그런 미스테리한 게 있는지 쫌 의문이 들긴 한다.
이외에도 서류나 사인의 위조. 이건 인간이 서류를 만들기 시작하면서부터 시작된 것 같다. ^^; 가짜 유물과 고고학적 증거들. 에펠탑과 자유의 여신상까지 팔아 먹은 사기꾼들과 타인의 신분을 도용하는 가짜 왕자에, 과학이나 의학 분야의 가짜들까지. 서구를 중심으로 있었던 온갖 역사적인 사기와 위조의 대표적인 사례들을 보여주고 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캐치 미 이프 유 캔'이라는 영화 주인공인 인물의 실제 여정이며, 로버트 레드포드와 폴 뉴먼의 걸작 '스팅'이 바로 실제로 성공한 사기 행각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는 사실 등등. 때로는 진실이 가상보다 더 믿기 힘들고 재미있다는 그 구태의연한 표현을 할 수 밖에 없는 책.
재미, 상식, 그리고 생각지도 않은 자료로서의 가치까지. 아주 만족스러운 독서였다.
책/인문(국외)
발칙하고 기발한 사기와 위조의 행진 - 세상을 뒤흔든 가짜.위조.조작.사기의 명장면
브라이언 이니스 | 휴먼&북스 | 2009.?-201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