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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춤

마린스키 발레단 지젤 (2010.11.10)

by choco 2010. 11. 11.

여름에 조기 예매 해놓은 것을 열심히 털어먹는 계절이 왔다.  

다행히 아주 절묘하게 마감을 비껴간 -내가 그렇게 조절한 것도 있지만 운이 좋았음- 터라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공연을 보러가서 제대로 즐길 수 있었다.


안드레이 파데예프는... 힘을 아낀다는 느낌?  아니면 어제 공연에서 힘을 너무 뺐거나.  2막에서 좀 더 절절하게 폭발해주고 팍팍 쓰러져줘야 하는데 뭐 그냥 잘 추네~ 파트너 서포트 능력은 참 좋군~ 그런 맹맹한 칭찬만 나온다.  2막의 알브레히트 바리에이션 후반부 안무가 바리시니코프와 같았는데 그래서 그런지 더 비교가 됐다.  스캔들도 많고 이런저런 인간적인 문제점은 많지만 바리시니코프의 테크닉 만큼은 인정해줘야 함.  얘기가 자꾸 새는데, 예술가에 한해서 인간성과 그 수준이나 성취도는 상관 관계가 별로 없는 것 같다.  ^^;  쓰는 김에 그냥 얹어 놓자면 알브레히트 바리에이션은 역시 처음부터 끝까지 엘레바시옹으로 뛰어주는 엄재용씨가... 

미르타는 첫 솔로 초반엔 좀 버벅이는 느낌이 있었지만 몸이 풀리니까 정말 '와우~~~' 소리가 절로 나오는 무시무시한 카리스마 작렬!!!!  정말 윌리 여왕다운 모습이었음.  예카테리나 콘두라로바라는 이름을 잘 기억해 둬야겠다.

두 리드 윌리 중 하나로 오늘 유지연씨가 나왔던데 그녀가 키로프 발레 아카데미를 수석 졸업하고 마린스키에 입단했다는 소식을 들었던 게 어제 같은데 벌써 은퇴를 하고 귀국한다고 한다.  강수진씨처럼 더 오래 춤춰서 한국인 최초로 마린스키 프린시펄이 되어줬더라면 좋았겠지만... 그녀의 선택이니 박수를 보내야겠지.  일요일에 빈사의 백조를 춤춘다는데 어떤 해석일지 기대가 된다...라고 쓰고 보니 마린스키니까 파블로바나 울라노바 스타일로 춤추겠지.  나로선 꽥 소리를 하고 죽는 플리세츠카야 버전이 더 마음에 들지만 보여주는대로 얌전히~ ㅎㅎ;

지젤의 스토리는 볼 때마다 새록새록 열 받고 특히 한스(=힐라리온)을 볼 때마다 진짜 사랑한 놈은 넌데 조연이라는 이유로 참 끝까지 그렇게 피박만 쓰는구나라는 동정심을 매번 느끼게 된다.  이번 힐라리온은 연기도 되어주고 또 미모도 나름 되어주셔서 더 안타까웠다는 후문이... 

1막의 패전트 파드데는 마린스키라서 혹시나~ 하고 기대를 했는데 나와 패전트 파드데의 악연은 이번에도 어김이 없었다.  시골 처녀께서 엄청 버벅거려 주셨음.  그래도 다행히 시골 총각께서 이원철씨 데뷔 무대 이후 처음으로 만족감을 주는 멋진 춤을 보여줘서 아쉬움은 그럭저럭 상쇄.

오케스트라는 몇년 전과 달리 마린스키 오케스트라도 오지 않고 지휘도 게오르기예프가 아닌 부지휘자가 했다. 망원경으로 보니까 현 파트만 수석들을 데려온 것 같던데 사운드의 질을 높이려면 현이 아니라 관파트, 특히 금관 수석들을 데리고 왔어야지 이게 웬 엉뚱한 곳에 물질인지.  --;  그래도 코심이 종종 불러오는 -왜 불러오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그 러샤 지휘자와 달리 이 머리 허연 부지휘자님은 능력이 있으신지 큰 삑사리도 없었고 프라임 치고는 굉장히 풍부한 사운드를 들려줬다.  하지만... 이왕이면 표값을 좀 더 주더라도 제대로 된 반주로 발레를 보고 싶었는데 계속 아쉬웠다. 

금요일에는 로파트키나의 백조의 호수를 본다~  기대로 둥둥 떠다니는 중.  가벼운 마음으로 보려면 일단 오늘 마감을 잘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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