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튜슬리의 로미오를 보고 싶어서 급 예매를 했는데 주연무용수 부상으로 캐스팅 바뀌었다는 문자를 받고 갈까말까 망설였었다.
이런 우여곡절로 이날 오프닝 공연 캐스팅은 다음날 낮 공연 예정이었던 김나은, 콘스탄틴 노보셀로프의 로미오와 줄리엣에 민홍일의 머큐쇼, 진헌재의 티볼트. 그리고 쫌 의외였는데 엄재용이 패리스 백작으로 출연했다.
너무나 유명한 작품이니까 설명은 생략하고 공연에 대한 간략한 느낌만 적자면 괜찮았다.
튜슬리의 힘이 있으면서도 드라마틱하고 우아한 로미오를 놓친 게 아쉽긴 하지만... 사실 로미오란 캐릭터는 좀 귀엽고 촐싹거리는 게 어울리는데 그런 면에서 콘스탄틴 노보셀로프는 괜찮은 로미오였다. 그리고 김나연도 생각외로 줄리엣을 잘 표현했고.
주연도 그렇고 캐릭터 댄서나 군무까지 연습을 굉장히 많이 했다는 생각이 드는 깔끔한 무대. 엄청나게 감동적이라더가 그런 건 아니지만 흠잡을 데도 없고 거슬리는 것도 없이 탄탄하게 잘 진행됐던 공연이었던 것 같다.
날이 날이니만큼 내 주변에 연인들 커플도 있고 뒤에는 딸과 아내를 따라온 아빠도 있었는데, 아마도 발레를 좀 보러다닌 걸로 보이는 딸이 아빠 지루하지 않냐고 걱정하니까 재밌다고 하는 아빠의 대답에 진심이 서려있었음. 그리고 내 옆 커플의 남자도 좀 뻘질문을 많이 하긴 했지만 꽤 몰입하면서 보는 느낌이었고.
맥밀란의 안무가 유치하지 않으면서도 스토리를 잘 살려서 끌어가는 맛이 있고 또 로미오와 줄리엣이 워낙에 유명한 스토리인 것도 최소한 성인 관객들에겐 초보라도 발레를 즐겁게 보게 해주는 힘이었던 것 같다. 어쩌고 저쩌고 해도 공연엔 역시 대본이 가장 중요하단 얘기일 수도 있겠지.
로&줄 보면서 정말 군무만큼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UBC는 못 한단 소리는 절대 안 듣겠다는 생각을 했다.
18일에 있을 ABT의 지젤이 갑자기 두려워짐. 2막 윌리들의 군무는 진짜 줄 잘 맞추는 게 생명인데 과연? -_-;;;
그리고 강남 심포니 오케스트라. 음의 밸런스 안 맞고 삑사리 내는 건 코심과 큰 차이가 없는데 어차피 날 삑사리면 소리를 팍팍 지르다 나는 게 확실히 낫다. 시원시원하니 괜찮았음. UBC는 코심 말고 여기랑 계속 했으면 좋겠다.
이건 공연하고 전혀 상관없는 잡담인데... 캐플릿가의 무도회. 요즘 내가 유일하게 간간히라도 챙겨보는 넝굴당에서 말숙이와 세광이 나오면 흘러나오는 음악. 드라마 볼 때도 정말 딱이다 하고 웃었는데 발레 보면서는 또 드라마가 생각나서 웃었다. 드라마 음악감독이 나름 재치가 있는 듯.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