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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춤

사라 바라스 아트 플라멩코(2014.5.2)

by choco 2014. 5. 5.

작년에 스페인 국립 플라멩코 무용단의 공연도 갔다 왔는데 그때 느낌과 비교해서 보려고 찾아봤더니 그건 아직도 감상을 쓰지 않았다는 걸 이제야 발견.  ^^;

뭐든 그때그때 간단히라도 끄적였어야 하는데 때를 놓치면 흔적만 남거나 그나마도 남지 않는다는 걸 실감하면서 앉은 김에 간단히라도 단상을 남기려고 한다.

 

기억을 더듬어 묶어서 얘기를 하자면, 작년 스페인 국립 플라멩코 무용단의 공연은 엄청 큰 기대를 하고 갔었다.

꽤 오래 전에 아마도 시댄스에서 초청했던 플라멩코 공연의 기억이 굉장히 인상 깊고 좋았기 때문에 플라멩코의 나라 스페인을 대표하는 국립 무용단의 공연은 더 대단한 감흥을 주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당연히 했었다.

 

그런데... 내가 플라멩코를 테크닉적으로 논할 수준은 못 되니 그건 잘 모르겠지만... 뭐랄까, 그 플라멩코 특유의 흥겹거나 절절한 느낌이 없었다.

그냥 공연.

말 그대로 춤의 나열이라는 느낌이었고, 솔직히 좀 지루했다.

가장 좋았던 건 제일 마지막에 단장과 모든 스태프까지 무대에 등장해서 플라멩코를 한판 걸판지게 추면서 놀았던 그 앙코르였었다.

 

지난 금요일 연휴가 시작되는 날 사라 바라스의 공연을 보면서 내가 왜 그 공연에서 아쉬움을 느꼈는지 내 나름으로는 답을 찾았다.

 

사라 바라스의 공연은 보여주기 위한 플라멩코 공연이라기 보다는 집시들이 자기들끼리 모여서 서러움과 즐거움, 힘든 나날을 춤과 노래로 잊어보려는 그런 놀이판이다.

마차로 둘러싸놓고 가운데에 모닥불을 피운 야영장이나 어두운 선술집에서 기타와 북, 노래에 맞춰서 춤추는 플라멩코.  그 현장을 엿보게 해주는 스타일이다.

 

공연 단체니 당연히 관객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긴 하지만 볼거리에 맞춘 변형이 아니라 본질에 좀 더 가깝게 다가간다고 해야하나?

그래서 스페인 국립 플라멩코 무용단의 공연도 함께 노는 앙코르가 더 몰입이 되었고 전체적으로 그런 분위기인 이번 공연은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을 놓지 않고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무대 장치도 어두운 선술집이나 모닥불을 피운 야영장을 떠올리게 하고, 사라 바라스와 그녀의 남편 호세 세라노의 춤은 엄청난 테크닉(정확한 동작의 이름은 모르겠지만 바닥을 잘게 치면서 움직이는 발동작은 흡사 공중에 떠서 움직이는 것 같았음. 성격은 완전히 다르지만 문훈숙 단장의 빠 드 부레 스텝을 연상하게 하는 그런 부드러운 동시에 단단함이랄까)을 자랑하면서도 그 테크닉에 묻히지 않고 '감정'이라는 게 담아져 전달된다.

때론 흥겹고, 때론 서럽고 서글프고.

 

바로 전주에 멀티플리시티를 보면서 무용수들이 '음악을 정말 몸으로 잘 표현하고 있구나'라고 감탄을 했었는데 사라 바라스를 보면서는 '몸만으로 음악을 저렇게 만들어낼 수 있구나'라고 정말 입을 쩍 벌리고 감탄을 넘어 감동을 했다.

반주를 다 멈추고 그녀에게 핀 라이트가 집중된 가운데 스텝을 밟는데 긴장감 있게 밀고 당기는 그 동작과 발소리로 피아니시모까지 완벽하게 표현하는데... 정말 그 순간은 전율이 일었다.

오랫동안 꽤 괜찮은 공연들을 많이 본 닳고 닳은 관객의 아픔이 어지간한 예술가에게는 감동하지 않는다는 건데 그녀는 내게 정말 오랜만에 그 짜릿함을 느끼게 해줬음.

 

세월호 희생자와 유족들을 위한 헌정 공연이라는 안내를 보면서... 지난 번 멀티플리시티도 그렇고 어째 외국인들이 더 우리 비극에 공감을 해주는가 싶으니 고마우면서도 뭔가 서럽고 서글프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다보니 2주 연달아 엘지 아트센터에서 스페인과 함께 했군.

 

다음 달에도 또 엘지로군~

올해는 엘지에 돈 많이 갖다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