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갔던 곳은 청담동인데 장사가 잘 되서 가로수길에 더 크고 근사하게 하나 더 열었다고 한다.
한국에선 가장 영국의 팬시한 티룸 흉내를 내는 곳이라는데 다른 건 모르겠고, 티세트를 각자 맘에 드는 걸 고를 수 있다는 게 마음에 들었다.
자리에 앉으면 내주는 물... 이 아니라 멜로우티. 아무 맛도 없는데 이게 색깔이 예뻐서 차계에선 나름 사랑받는 아이템. 레몬즙을 한방울 떨어뜨리면 핑크색이 된다. 중딩 때 배웠던 알칼리성이냐 산성이냐에 따라 색깔 변하는 그 시약이 떠오름. 그 색깔 변하는 시약 이름은 생각 안 난다.
밀크잼, 녹차잼, 또 뭔가 과일잼이겠지? 세팅이 참 예쁨.
이렇게 아가씨(?)스러운~ ^^
우리 옆 테이블들에선 저렇게 차려입은 그물장갑을 낀 백작부인 혹은 엘리스 같은 언니(?)들이 모여 티모임을 갖고 있었다. 내가 20년만 젊었어도 한번 시도를 해봤을 텐데 이제는 좀 늙었음. 패션에 좀 일가견이 있는 동행자 ㅎ양 말이 저 언니들이 입은 옷은 그냥 싸구려가 아니라 원단이며 패턴이 돈 좀 쓴 걸로 보인다고 함.
두면의 벽을 따라 이렇게 티팟과 티잔이 세팅되어 있고 각자 사용하고 싶은 걸 고르는 시스템.
메뉴판~ 차의 종류는 그닥 다양하지 않다. 애프터눈 티세트를 시켰음.
뜨거운 뮤슈클락 샌드위치. 맛있긴 한데 양이 적었음.
3단 세팅. 따로 원데이 클라스를 할 정도라고 티푸드에 대한 평이 무지무지하게 좋아서 기대를 많이 했는데 취향의 차이가 있겠지만 우리에겐 글쎄올시다. 리츠나 베노아처럼 폭신하고 촉촉한 런던식 스콘을 좋아하는 우리에게 저 스콘은 좀 퍽퍽했고 클로티드 크림이 없다는 결정적인 문제가 있었음. 마들렌과 갈레뜨는 맛있었으나 케이크는 그냥저냥. 까놀레, 마카롱 등등도 평범.
이건 이 가게의 문제라기보다는 한국의 디저트의 기본 수준이 엄청난 경쟁으로 많이 올라가 입맛 역시 고급으로 길들여진 탓이지 싶다. 프랑스와 일본을 제외하고는 한국만큼 맛있는 디저트가 많은 곳도 이제는 흔치는 않을듯.
홍콩을 예로 들자면.. 마카롱에는 파묻혀 죽을 지경이지만 맛있는 구움과자를 만나기 정말 힘들었다.
내가 택한 세트.
이건 동생 세팅. 저 건너편에 보이는 건 ㅎ양이 택한 헤렌드이지 싶음.
예쁜 인테리어와 분위기에서 남이 따라주는 차를 마시는 즐거운 시간이긴 했으나 내 돈 내고 또 갈래?라고 묻는다면 글쎄요. ^^;
귀찮아서 그렇지 솔직히 내가 작정만 하고 준비하면 애프터눈티 세팅은 한국에선 우리 집에서 마시는 게 제일 영국스러운 구성을 하지 싶음. 런던 언니들처럼 샴페인을 곁들여서 느긋하게 애프터눈 티타임을 가질 수도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