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 뭐랄까 이 책은 작가에게 뭘 기대하느냐에 따라 호불호, 혹은 평가가 좀 많이 다를 것 같다. 답습이 되더라도 김경미표라면 상관없다는 사람들은 만족할 것이고, 다양한 캐릭터를 요구하는 사람들은 매너리즘이라는 얘기를 할 테고.
어차피 내가 읽는 책이니 남의 의견은 "입 닥치셈" 하고 내 생각을 정리한다면 재미있다.
가진 카리스마 만땅에, 여자 혐오라 딸린 식솔 없고 직업까지 황제니 더 이상 바랄 것 없는 초냉혈미남 남주. 신비스럽게 자신의 의무에 충실하기 때문에, 조상들이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나타나 남주와 얽히게 된 여주. 자유를 원하는 여주와 그녀를 잡아두려는 남주의 실랑이 사이에 국가의 위기를 극복하고 서로 마음을 확인하면서 해피 엔딩~
야래향을 그대로 연상시키는 남녀 캐릭터와 비슷비슷한 분위기의 에피소드들이 곳곳에 보이지만 일단 아라비안 나이트와 스페인에 남은 무어풍의 분위기를 적절히 이용한 덕분에 비슷한 설정이나 인물들이 거슬리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로맨스를 읽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적재적소에 딱 맞게 배치한 내용이다. 로맨스 독자들의 지갑을 열어젖히는 힘이 있다고 할까.
매너리즘 어쩌고 하는 소리엔 코방귀도 뀌지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지적한 한 부분에 대해선 나도 동감이다.
절대절명의 위기에 딱 세번만 부를 수 있는 뮤족의 소환이 산적 토벌을 위해서? 몇백년간 대치한 외국과 전쟁이라거나, 아니면 뮤족처럼 거부하고 사라진 또 다른 부족이 통일을 깨는 반란을 획책한다거나 등. 얼마든지 당위성 있는 사건을 만들 수 있었으련만. 소환의 이유가 고작 산적토벌이란 걸 안 순간부터는 남주의 위엄이나 카리스마 등등 모든 것들의 게이지가 급하강. -_-;
좀 심하게 아쉬운 옥의 티였다.
투고의 욕구가 잠시 일었지만... 이 출판사 책 용량은 내게는 가까이하기엔 너무나 날씬한 당신. 더불어 투고하려면 자기 소개니 프로필이니 그런 것도 써야한다는 현실이 떠오르면서 그 욕구는 빛의 속도로 안드로메다로 사라짐. 그냥 지금까지 하던대로 제일 먼저 달라는 곳에 선착순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