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BC의 로&줄을 보면서 연말까지는 문화생활이 전무하지 않을까 예상했는데 초대권이 하늘에서 팔랑거리며 떨어진 덕분에 11월의 시작을 뮤지컬로 열었다. 10년 내에 올해가 뮤지컬을 가장 많이 본 해가 아닐까 싶다.
여자 가수 단 한명이 이끌어가는 좀 독특한 모노 드라마 식의 뮤지컬 텔 미 온어 선데이.
길게 쓸 기력이 없어 간단히 요약만 하자면 누구인지 잘 모르겠지만 노래를 잘 하는 걸로 봐서 바다는 아닌 듯 뮤지컬 전체를 이끌어가는 가수의 역량이 괜찮았다.
한국말로 한 번역이 좋아서 귀에 쏙쏙 들어왔음. 역시 뮤지컬은 가사가 귀에 들어와야지 재미가 있지... 런던서 뮤지컬 볼 때는 가사 해석하랴, 노래 들으랴, 정말 바빴음. 역시 모국어가 좋아. 한글 만세, 한국어 만만세~
혼자 진행하는 뮤지컬이니 한계가 있어 당연하겠지만 나이 꽉 찬 독신여성의 고민을 좀 가볍게 치고 지나가는 듯한 아쉬움이 살짝. 그러나 분명 공감되고 가슴을 치는 반짝거리는 부분들이 있었다. 나를 포함해서 동행자들 모두 연체 비디오를 독촉하는 그 비디오 가게 점원인지 주인인지가 마지막 남자로 등장하지 않을까 했었는데 아쉽게도(?) 그는 나타나지 않았음. ^^
뮤지컬에서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화려한 박진감이나 흥겨움은 적지만 잔잔하게 여자들이 보고 즐길 뮤지컬로 괜찮았다는 느낌.
공연장르 중 흥행이 가장 잘 되는 뮤지컬의 특성상 초대권이 4장이나 한꺼번에 나올 때는 망한 공연이기 때문에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11월을 여는 문화생활로 괜찮았다. 흥행이 크게 되지 않는 이유가 이해가 되긴 하지만 그렇다고 별볼일 없는 그런 작품으로 폄하될 공연은 결코 아닌 것 같다.
두번째 연하의 남자와 깨지고 부르던 텔 미 온 어 선데이의 멜로디가 귀를 살랑거리며 스치는데... 꽤 오래 이렇게 찰랑거리면서 내 주변을 떠다닐 것 같음. 물론... 마구 볶이고 후달리는 한주가 시작되면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 달아나버리겠지. 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