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서 빌리 엘리어트를 본 것을 제외하고... 작년 카바레 이후 1년 넘게 뮤지컬을 안봤는데 어제 모처럼 뮤지컬 극장으로~
뮤지컬 봤단 얘기에 올해는 공연 안본다며? 라는 타박이 좀 들어왔지만 공짜다~ 난 이벤트의 별 아래 태어나진 못했지만 확실히 앵벌이 별의 수호는 받는 모양
원님덕에 나팔 분다고 뮤지컬 잡지에 취직한 영*씨덕에 하늘에서 떨어진 표~ 앞으로도 종종 남는 표는 이쪽에다 버려주겠다고 한다. ㅎㅎㅎㅎㅎ
뮤지컬을 보면서는 혼자 대본 다시 쓰고 온갖 잡생각을 많이 했는데 이번주에 마감을 두개나 한데다 오늘은 오랜만에 백화점까지 납셔 주신 덕에 엄청 피곤. 길게 쓰기 귀찮아 간단히 느낌만 끄적끄적.
배우들의 노래나 춤은 나쁘지 않았지만 연출과 대본이 약했다. 조금만 더 연구하면 두고두고 써먹을 수 있는 아이디어인데 1회용으로 만들어버렸다는 느낌.
뮤지컬 전용극장이 아니기 때문에 한계가 있긴 하지만 그 안에서도 장면 전환의 타이밍을 조절하고 약간의 액팅만 넣으면 충분히 역동적으로 진행되고 매끄럽게 스토리가 연결될텐데 암전과 나레이션이라는 가장 기본적이고 평이한 아이디어로 평범하게 만들어 버렸다.
주인공인 최정원을 비롯한 배우들의 몸이 풀리지 않은 초반에는 솔직히 집중도 안됐고 조금 지루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아는 노래나 장면들이 많이 나오고 전체적으로 탄력이 붙은 중반부 이후부터는 즐겁게 감상을 했음. 그러다보니 더더욱 밋밋한 스토리 라인과 아이디어 부재가 더 거슬렸다.
다른 곳은 그렇다고 쳐도... 러브송들이 이어지고 김은영의 짝사랑과 실연에 관한 노래가 나오는 부분은 퇴장 타이밍을 늦추고 한번 정도 액팅을 넣었으면 쓸데없는 나레이션이나 대사없이 충분히 감정이입이 될 수 있는 부분인데. 아쉬움.
이 뮤지컬은 뮤지컬을 많이 보고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뮤지컬 스타가 데뷔시절부터 현재까지를 회상하는 형식으로 진행이 되기 때문에 당연히 수많은 명작 뮤지컬들이 계속 등장한다. 아는 노래나 장면이 나올 때는 확실히 집중도가 올라가고 스토리 라인 이해가 잘 되지만 저건 어디에 나온 물건(?)인고 싶을 때는 집중도 마구 하락.
뮤지컬을 그다지 많이 보지 않은 나로선 대충 짐작되는 것까지도 다 정답 처리를 해도 (^^;;;) 반타작이나 할까말까. 그래서 밋밋한 스토리에 지루함을 종종 느꼈지만 여기 등장한 뮤지컬들을 다 아는 사람은 그 다채로운 뮤지컬 장면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울 수 있을 것 같다.
자꾸 얘기가 길어지는데 아무래도 하던 도둑질은 못버린다고 하니 직업적인 관점에서 생각했던 것 하나.
당연한 일이겠지만 이 뮤지컬을 기획하고 만든 사람들은 뮤지컬에 대해 엄청나게 잘 알고 엄청 좋아하는 사람일 것이다. 문제는 그들 나름으로는 대중을 위해 눈높이를 엄청 낮춘다고 생각했겠지만 뮤지컬 매니아가 아닌, 나처럼 1년에 많아야 2-3번 뮤지컬을 보러 오는 관객에게는 어렵다.
노래와 춤만으로 집중을 유지시키는데는 분명 한계가 있다. 공연 시간이 1시간을 넘어갈 때는 그 긴 호흡을 따라올 수 있도록 하는 스토리가 필요하다. 위기와 클라이막스, 해결의 카타르시스가 있어야 하는데 자신들이 알고 사랑하는 그 수많은 뮤지컬에 황홀해하면서 그 사실을 잊었음.
그들 스스로도 뮤지컬 쇼라고 표방하긴 했지만... 그렇다면 차라리 더 쇼와 볼거리에 치중해야지. 이런 목적에 집중해 성공한 대표적인 예로 Fossy를 들 수 있겠다. 전설적인 뮤지컬 안무가 Fossy를 다루면서 철저하게 그가 안무했던 작품들에 촛점을 맞춘 작품인데.... 브로드웨이에서 볼 때 정신을 쏙 빼놓는 춤과 노래에 홀려서 2시간 동안 내가 늘 주장하는 기승전결의 강렬한 스토리에 대한 불만은 머리에 아예 들어오지도 않았었다.
비밀의 정원은... 최정원이라는 뮤지컬 스타로 대표되는 뮤지컬 배우들의 모습을 다양한 뮤지컬들을 통해 보여주려고 하긴 했는데... 그러면서 뭔가 애환과 사랑 등등의 이야기까지 넣으려는 시도를 한 바람에 이도저도 아닌 것이 되어버렸다. 갈팡질팡이라고 할까?
쓰고보니 자꾸 욕이 되는 것 같은데... ^^; 정말 견적이 안나오는 공연이었으면 끔찍하다는 한마디로 대충 마무리를 지었을 거다. 이건 조금만 더 아이디어를 손봤더라면 하는 아쉬움에 자꾸...
비밀의 정원에서 정원=최정원인 상태에서는 지금 이 구성도 나쁘지 않지만 재활용의 가능성이 충분한 만큼 혹시라도 다시 무대에 올릴 일이 있다면 전체적인 구성에 손을 좀 대면 좋겠다. 대면 좋겠다가 아니라 손을 대지 않고는 다른 주연을 데리고는 공연을 할수도 없겠지.
그리고 김혜원이란 배우. 으아~ 노래 정말 잘 한다. 시스터 액트를 한국에서 뮤지컬로 올린다면 그녀가 필히 우피가 했던 역할을 맡아야 할듯.
마지막으로 하나 더. 이거 보면서 런던에서 이안 맥그리거나 나오는 아가씨와 건달들을 보고 오지 않은 것을 뒤늦게 후회. 시카고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음. 시카고는 아쉬운대로 리처드 기어 나오는 영화 dvd를 빌려서 봐야겠다.
그나저나 와인 마시자고 오겠다던 인간들은 왜 이리 감감 무소식이냐. 수정할 것도 많이 남았고 졸린데... =.= 컴퓨터 수리 때문에 아침부터 일찍 깬데다 하루종일 싸돌아다녔더니 온몸이 노곤. 이런 날은 바른생활 어른이 되어도 좋은데... 사람 불러놓고 잘수도 없고. 정말 졸리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