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공연으로 보리스 에이프만 주간이 내게는 끝이다.
돈 주앙과 몰리에르를 보면서 느꼈던 에이프만에 대한 걱정(?)과 실망을 확 날리는 무대. 한마디로 환상이었다.
ㅈ님 말마따나 남의 얘기라서 버벅거렸는지 미국에 온 러시아 이민, 좀 더 범위를 좁히자면 러시아 출신 유대인 이민자들의 초창기 정착 과정을 그린 Who's Who 는 코믹과 아련함이 적절하게 뒤섞인 멋진 안무~
한편의 댄스 뮤지컬이나 쇼코메디가 될 수도 있었을 발레를 이민자의 애환과 맞물려 정말 멋진 작품을 창조해냈다. 브라보 에이프만!!!!!
탁월한 안무와 아이디어에 비해 알렉스와 맥스는 조금 삐걱이는 모습. 사흘 연달아 무대에 서는 살인 일정을 감안할 때 알렉세이 투르코의 집중력이 조금 저하된 것은 이해해줄만 하다. 그래도 절묘하게 맞아떨어져야할 타이밍이 살짝살짝 어긋나는 듯한 느낌은 아쉬움... 좀 더 나은 컨디션으로 다시 봤으면 하는 작품이다.
알렉스가 삐걱이니 맥스도 아무래도 상승작용은 힘들겠지만 맥스 역할을 맡은 Andrei Kasianenko! 한마디로 @0@ @ㅠ@ 연발. Telephone number 사건으로 바보 청년이 된 스메칼로프의 자리를 대신해 우리를 즐겁게 해주는 냉미남 청년. 에이프만 발레단의 다음 내한 공연 때 그의 멋진 모습을 꼭 다시 볼 수 있기를 열렬히 기원중. ^^
여전히 멋진 모습, 등장하는 것만으로 시선을 확 끌어들이는 유리 아나얀의 변함없는 카리스마. 남성의 매력을 극대화하는데 뛰어난 에이프만의 안무 가운데서도 요요히 빛나는 베라 아르부조바의 정말 변화무쌍한 연기와 춤을 보는 맛도 최고였다.
적절히 사용한 영화와 재즈, 블루스 등의 음악이 딱딱 맞아 떨어지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다.
발레를 보면서 기가 막혀서가 아니라 정말 우습고 재밌어서 이렇게 많이 웃어보기도 처음이었다.
제발 내년에도 에이프만이 한국에 또 오기를. 그때는 신작 안나 카레리나를 꼭 보여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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