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음악22 나부코-이탈리아 모데나 루치아노파바로티시립극장 초청오페라(2013.11.16) 대상포진으로 다 죽어가는 몸을 이끌고 갔던 위엄의 오페라. ^^; 오늘치 내 스스로 할당량을 쬐끔 일찍 끝낸 기념으로 이미 한참 지나서 다 날아가긴 했지만 내가 이걸 봤다는 파편이라도 좀 남겨보려고 포스팅 창을 열었다. 내가 어릴 때 베르디의 생애를 주제로 한 외국 미니시리즈 드라마가 방송된 적이 있었다. 그때는 내가 음악을 전공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않던 시절이고 당연히 오페라 같은 것에 큰 흥미가 없었음에도 매회 소개되는 오페라의 향연은 어린 눈과 귀에 정말 황홀했었다. 그때 드라마 초반부에 나왔던 오페라가 바로 나부코였고 아마도 내가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을 처음으로 들은 것도 거기에서였을 거다. 국내에서 자주 공연되는 리골렛또나 라 트라비아타니 아이다니 베르디의 오페라들을 꽤 많이 찾아 보고 .. 2013. 12. 9. 윤이상을 만나다 (2013.9.26) 무슨 무용제에서 상도 받고 어쩌고 했다는데 난 순전히 윤이상의 음악을 듣고 싶어서 간 공연~ 공연 카피에 눈으로 보는 윤이상의 음악 어쩌고 하던데 이 공연을 가장 적절하게 묘사하는 표현이 아닌가 싶음. 춤을 통해 윤이상이라는, 이데올로기를 이용한 두 독재자들이 남과 북에서 각각 날뛰는 시대에 태어나 그 비극을 한몸에 겪고 구사일생해서 결국 그리던 고국에 돌아오지 못 하고 먼 타향에서 눈을 감은, 한 천재 음악가의 인생을 그려보겠다는 것이 이 무용극의 의도였다. 하지만 내 느낌으로는 -이건 순전히 개인적인 감상이니까~- 글쎄? 중간중간 인터뷰라던가 영상을 활용해 그를 설명하려는 노력이 돋보이긴 했지만 윤이상이라는 인간, 음악가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는 사람에게는 이 작품 자체로 그를 만날 수 있었을까? 하.. 2013. 10. 6. 국립 오페라단 파르지팔 (2013.10.5) 3월 달에 예매할 때는 과연 살아서 이걸 볼 날이 있으려나 했는데 매년 그렇듯 어김없이 그날이 오긴 왔다. 사람의 촉이라는 게 확실히 무시할 수는 없는 게 같이 보기로 한 친구 거를 예매하면서 왠지 이 친구랑은 못 볼 것 같고, 동생이랑 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역시나. ^^; 매진 되서 다들 표 구하려고 난리난 공연이라 팔까 했었는데 오늘 있었던 동생의 선약이 취소되는 바람에 결국 예상대로~ 복있는 사람은 따로 있는듯. 사설이 길었는데 각설하고, 공연은 정말 최고 수준! 한국에서 파르지팔을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떨리는데 캐스팅도 어디 가도 빠지지 않는 수준이었다. 구르제만즈 연광철, 쿤드리 이본 네프, 파르지팔 크리스퍼 벤트리스, 암포르타스 김동섭, 클링조르 양준모, 티투렐 오재석. .. 2013. 10. 6. 피터 브룩 연출 마술피리 (LG아트센터. 2012/3/17) 잊어버리기 전에 간단히라도 끄적이려고 앉았음. 작년에 총체적인 게으름에 시달리면서 책이며 연주며 그때그때 쓰지 않아서 날려버린 것들이 너무 많았다. 결국 남는 건 기록 뿐인데... 지나간 건 후회해도 소용 없으니 올해는 간단히라도 써야겠다. 오늘 캐스팅은 파미노 - 로저 빠두레스/ 파미나 - 렌카 투르카노바 / 밤의 여왕 라일라 벤함자/ 파파게노 버질 프라네 / 파파게나 마틴 미두/ 자라스트로 얀 쿠체라/ 모노스타토스 쟝 - 크리스토프 본. 마슬피리를 아주 많이 좋아하기 때문에 꽤 여러 공연을 봤었다. 하지만 그동안 오케스트라의 화려한 음향과 무대에 노래가 묻어가다보니 잘 느끼지 못했는데 딱 동선을 단순하게 잡으면서 주연들의 움직임과 연기에만 집중을 해서 보니까 음악과 언어가 착착 달라붙는 그 맛이 느껴.. 2012. 3. 17. 키신 독주회 (2009.4.2) 예매날짜를 착각하는 바람에 예매에 실패하고 포기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어쨌든 어제 갔다 왔다. 어떻게 갈 수 있었는지는 오프 더 레코드로 하기로 했기 때문에 이하생략. (아마 이 글을 몇년 뒤에 읽으면 나도 이유를 잊어먹고 뭐였을까? 하지 않을까 싶음.) 건반을 볼 수 없는 오른쪽이기는 했지만 간만에 1층에 앉는 호사를 누리면서 키신을 기다렸다. 3년 전, -레퍼토리는 과히 내 취향이 아니었지만- 연주 때 너무 감동을 받은데다가 이번엔 1부 프로그램이 프로코피예프로 완전히 내 취향이라 더더욱 기대 만빵~ 시간이 되자 키신이 무대에 등장한다. 인사를 한 뒤 바로 피아노에 앉아 첫곡인 프로코피예프의 '로미오와 줄리엣' 모음곡 중 줄리엣을 치기 시작. 줄리엣, 머큐쇼, 몬테규와 캐플릿. 이 세 곡을 치는.. 2009. 4. 3. KBS 교향악단 송년 음악회 (2008.12.19) 나중에 쓸까 했는데... 생각해보니 주말 내내 마감(ㅠ.ㅠ)이 기다리고 있는 관계로... 지금 안 쓰면 절대 안 쓸 것 같아서 그냥 앉았다. 본래 KBS홀에서 하는 연주를 가려고 했는데 여차저차 길게 쓰기 귀찮은 사정으로 인해서 간만에 예당으로 고고~ 콘서트홀에서는 이 연주가, 바로 옆 리사이틀 홀에서는 친구의 독주회가 열리고 있었다. 이 공연 예매를 안 했어도 어차피 19일은 예당에 갔어야 하는 운명이었군. 함신익 지휘에 바이올린 협연은 김규영. 1부 브루흐 바협 감상을 최대한 간단하게 끄적이자면.... 매끄럽기는 했지만 브루흐에서 기대되는 예리함이나 폭발력은 약했다... 내지 많이 모자랐다 정도. 오케스트라야 합창을 위해서 힘을 아끼느라고 관쪽은 아예 수석들이 나오지 않았으니 이해를 하겠지만 협주자는.. 2008. 12. 20. KBS 정기연주회 (4.27) 어차피 늦은 거 간단히 쓰고 자자. 오늘 지휘자는 드미트리 키타옌코 (오 예~~~) 협연자는 김대진 교수님. 프로그램은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7번 레닌그라드와 모차르트 피협 27번 연주회 전에 김대진 교수님의 간단한 해설을 곁들인 짧은 렉처 연주가 있었다. 관객 배려차원에선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기는 한데 연주 직전에 저렇게 기운을 빼도 되나 싶기도... 김대진 교수의 모차르트는 그답게 아카데믹하고 매끈하고 깔끔했다. 객관적으로 크게 나무랄 데 없는 연주이나 강하게 치고 들어오는 감동이나 귀를 파고드는 아우라는 없었음. 모차르트 피아노곡을 들을 때 기대하는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그 동글동글함이 없어서 좀 퍽퍽했다. 내 스스로 모차르트 사운드라고 생각하는 그 범위 밖의 소리여서 더 시큰둥했는지 모르겠지만 오.. 2006. 4. 28. 키신 독주회 (2006.4.8) 일주일이나 밀렸다. 더 미루다간 아예 쓰지 못하게 될 것 같아서 오늘 아예 날을 잡았음. 시간이 꽤 흘렀음에도 바로 지난 주 이 시간에 설레며 들었던 음악들은 귀에 쟁쟁하다. 카테고리는 감상이지만 사실 감상보다는 키신에 대한 내 기억들의 총체적 정리라고 해야겠다. 91년 1월에 보스턴의 하버드 스퀘어에 있는 레코드 가게에서 키신의 첫 앨범 포스터를 봤다. 곰돌이 같은 지금 모습과 달리 비교적 야리야리한 어린 키신의 포스터를 보면서 한때 반짝하다가 사라진 수많은 신동들을 떠올리며 솔직히 좀 시큰둥했다. 자세히는 기억 안 나는데 얼마 이상 사면 어쩌고 하는 행사에 편승해 키신의 판을 한장 샀고 그때부터 말 그대로 뿅~ 하고 맛이 가서 그때부터 버닝. 결국 소리만으로 만족할 수 없서 산, 역시 어린 키신의 산.. 2006. 4. 5. 니벨룽의 반지 - 2부 발퀴레 (2005.9.25) 일요일이라 길이 안 막혀서 한 40여분 걸려서 세종에 도착. 길이 이 정도만 되도 정말 살 것 같다. 근처에서 간단히 우동 한그릇 먹고 후다닥 세종으로~ 6시부터 공연이 시작됐다. 고백하건데 난 발퀴레 1막을 끝까지 보거나 들은 적이 없다. 한때 링 사이클을 다 들으리라 결심하고 카라얀이며 푸르트뱅글러 영감님의 링 전곡을 들어주기 위해 무수히 시도를 했지만 이놈의 발퀴레가 번번히 태클을 걸어서 결국 건너뛰고 듣기만을 반복. 나중에는 아무리 말짱한 정신으로 있어도 1막에서 훈딩이 나올 때 쯤이면 눈이 슬슬 감기고 몽롱해진다. 이날 공연도 음반이나 영상물이었으면 다음 부분으로 판을 바꿔 올렸거나 스킵 버튼을 열심히 눌러줬을 듯. 이 장황한 사설에서 다들 짐작했듯 이번에도 실제 공연에서도 파블로프의 X처럼 훈.. 2005. 9. 28. 니벨룽의 반지 - 1부 라인의 황금(2005.9.24) 드디어 봤다!!! 내가 바그너란 이름과 니벨룽의 반지를 처음 안 것이 언제인지 명확히는 모르겠지만 고등학교 1학년 때 정도가 아니었나 싶다. 집집마다 필수 아이템으로 있던 소년소녀 세계 문학 전집에 빠지지 않고 끼어있는 북구 동화 덕에 보탄(=오딘)의 존재는 내게 낯선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우리들을 한때 버닝하게 했던 그 올훼스의 창이란 만화 덕분에 크림힐트가 여주긴 했지만 지크프리트의 전설도 익숙한 내용. 그래서 비교적 쉽게 바그너의 링에 빠져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 낭만적인 비극이 어떻게 무대에서 펼쳐질지에 대한 상상도 많이 했었다. 독일 바이로이트란 곳에서 매년 바그너 한 사람의 작품이 연주되는 축제가 열리고 그곳에선 이 반지가 나흘간에 걸쳐 공연이 된다. 그리고 그 공연을 보러 온 세계에서 .. 2005. 9. 27.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