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212 에이프만 발레단- Who's Who (2006. 6.3) 이 공연으로 보리스 에이프만 주간이 내게는 끝이다. 돈 주앙과 몰리에르를 보면서 느꼈던 에이프만에 대한 걱정(?)과 실망을 확 날리는 무대. 한마디로 환상이었다. ㅈ님 말마따나 남의 얘기라서 버벅거렸는지 미국에 온 러시아 이민, 좀 더 범위를 좁히자면 러시아 출신 유대인 이민자들의 초창기 정착 과정을 그린 Who's Who 는 코믹과 아련함이 적절하게 뒤섞인 멋진 안무~미국쪽에선 별로 평이 좋지 않았다는데 거기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아마 중국인들이 중국을 어설프게 흉내낸 푸치니의 투란도트를 처음 봤을 때나... 88년에 올린 메노티의 시집 가는 날을 한국인이 봤을 때 느껴지는 그 뭔가 어설프고 맛이 나지 않는 듯한 자국 문화의 색채를 미국인들이 느꼈지 싶다. 그러나 발레를 좀 많이 본 애호가.. 2006. 6. 4. 에이프만 발레단의 차이코프스키 (2006.6.1) 드디어 봤다~ 처음 봤을 때의, 얻어맞은 것처럼 아프고 몸살이 나는 정도의 충격은 없었지만 만족한 저녁. 에이프만과 내가 다 죽고 없어지고 우리 뒷세대가 에이프만에 대해 논한다면 이 차이코프스키는 분명 그의 대표작 반열에 오를 것 같다. 문학, 음악, 무용... 미술을 제외하고 이런 예술 장르에서 소위 역사에 남을 창조물을 남기는 사람들이 모두 천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주아주 극소수를 제외한 소위 우리가 천재라고 부르는 인간들을 포함해서 인간이 갖고 있는 아이디어의 숫자는 거의 엇비슷하다고 본다. 그 한정된 아이디어를 얼마나 잘 다듬고 정리해서 그럴듯하게 세상에 끄집어 내느냐, 아니면 날걸로 내던지느냐가 명작과 쓰레기를 나누는 기준이 될 것이다. 내 관점에서 그 걸작을 만들어낸 거장들은 자기가 갖고 .. 2006. 6. 2. 에이프만 발레단 돈 주앙과 몰리에르 (2006.5.30) 4년을 기다려 예매를 했고, 그리고도 몇달을 기다려서 봤다. 첫 내한 공연의 충격과 만족감이 워낙에 컸기 때문에 이번 신작에 대한 기대감도 만빵. 하지만 돈 주앙과 몰리에르만을 놓고 얘기하라면 솔직히 실망이다. 물론 이건 에이프만에 대한 기대가 워낙 높은 것도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듣도 보도 못한 안무가나 기대치 0인 국내 안무가가 이 작품을 안무했다면 괜찮군, 꽤 잘 했네 정도까지 평을 했을지 모르겠지만... 에이프만이라는 걸 젖혀놓고 냉정하고 봤을 때 범작이라고 감히 말한다.일단 아이디어가 정리되지 못한 느낌. 기존의 에이프만 안무작들은 어떻게 저런 거대한 스토리를 2-3시간 짜리 발레로 뭉쳐놓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아주 탄탄하고 짜임새가 있었다. 또 쓸데없는 군더더기나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는.. 2006. 5. 31. 안은미 新춘향 (2006.5.13. 5시) 멀었으면 안 갔을 텐데 집 앞이고 또 티켓링크 VIP회원은 20% 할인까지 해준다기에 그냥 질렀다. 이 안은미씨란 (이후 존칭 생략. 딴지 사절) 무용가는 그 이름을 알기 이전 공연장에서 나 혼자 안면을 익혔다. 여기는 안은미에 대한 잡담과 사설들 박박 민 머리만으로도 충분히 눈에 띌 판인데 그녀의 패션은 정말 안은미 말고는 아무도 소화하지 못하는 색채 감각이다. 가장 기억나는 게 노란 자켓에 체리핑크 프릴 미니 스커트에다 초록색의 엄청난 높이의 하이힐. 다른 때도 색깔과 약간의 스타일만 바뀔 뿐이지 네온사인처럼 빛나는 패션은 항상 변함이 없다. 나도 어지간히 튀게 입지만 그녀 옆에 서면 정말 얌전하게 보임. ^^ 그래서 더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그 범상치않은 패션을 보고 분명 무용이나 미술일 것이다 .. 2006. 5. 16. KBS 정기연주회 (4.27) 어차피 늦은 거 간단히 쓰고 자자. 오늘 지휘자는 드미트리 키타옌코 (오 예~~~) 협연자는 김대진 교수님. 프로그램은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7번 레닌그라드와 모차르트 피협 27번 연주회 전에 김대진 교수님의 간단한 해설을 곁들인 짧은 렉처 연주가 있었다. 관객 배려차원에선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기는 한데 연주 직전에 저렇게 기운을 빼도 되나 싶기도... 김대진 교수의 모차르트는 그답게 아카데믹하고 매끈하고 깔끔했다. 객관적으로 크게 나무랄 데 없는 연주이나 강하게 치고 들어오는 감동이나 귀를 파고드는 아우라는 없었음. 모차르트 피아노곡을 들을 때 기대하는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그 동글동글함이 없어서 좀 퍽퍽했다. 내 스스로 모차르트 사운드라고 생각하는 그 범위 밖의 소리여서 더 시큰둥했는지 모르겠지만 오.. 2006. 4. 28. 찰리 브라운 (2006. 4. 15. 3:00) 쓰는 김에 몰아서 써버리자. 오늘 본 공연은 뮤지컬 찰리 브라운~ 신당역 바로 옆이지만 갈아타기 귀찮다는 이유로 좀 걸어야 되는 동대문 운동장 역에서 내려 충무 아트홀로 갔다. 어제 십계를 선약으로 눈물을 머금고 포기하면서 찰리 브라운이 어제고 오늘이 십계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내내 구시렁거렸다. 좀 허접해보이는 세트에 피너츠의 캐릭터들과 이미지가 전혀 연결되지 않는 배우들이 등장한 초반에도 아쉬움과 몽롱한 상태는 계속되고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나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재미있게 몰입하는 모습을 발견했다. 직업상 난 기승전결과 탄탄하고 논리적인 구조에 좀 목숨을 건다. 연결성이 떨어지는 스토리를 싫어하기 때문에, 아주 높은 수준의 춤과 노래가 뒷받침되지 않는 한 버라이어티 쇼 스타일의 뮤지컬은 좀.. 2006. 4. 15. 키신 독주회 (2006.4.8) 일주일이나 밀렸다. 더 미루다간 아예 쓰지 못하게 될 것 같아서 오늘 아예 날을 잡았음. 시간이 꽤 흘렀음에도 바로 지난 주 이 시간에 설레며 들었던 음악들은 귀에 쟁쟁하다. 카테고리는 감상이지만 사실 감상보다는 키신에 대한 내 기억들의 총체적 정리라고 해야겠다. 91년 1월에 보스턴의 하버드 스퀘어에 있는 레코드 가게에서 키신의 첫 앨범 포스터를 봤다. 곰돌이 같은 지금 모습과 달리 비교적 야리야리한 어린 키신의 포스터를 보면서 한때 반짝하다가 사라진 수많은 신동들을 떠올리며 솔직히 좀 시큰둥했다. 자세히는 기억 안 나는데 얼마 이상 사면 어쩌고 하는 행사에 편승해 키신의 판을 한장 샀고 그때부터 말 그대로 뿅~ 하고 맛이 가서 그때부터 버닝. 결국 소리만으로 만족할 수 없서 산, 역시 어린 키신의 산.. 2006. 4. 5. 지킬 & 하이드 (1.31. 3:00) 뮤지컬계도 스타 ‘몸값’ 논란 이 기사를 보면서 미뤄뒀던 지킬 & 하이드 감상을 올려겠다고 드디어 결심. 연이은 수정 퍼레이드와 이사 준비 때문에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는 한주였다. 지킬 & 하이드는 작년에 내가 로얄 발레단 공연을 보여준데에 대한 동생이 보답 차원으로 산 것이다. 조승우의 공연을 보고 싶다는 의지로 열심히 클릭질을 해서 비교적 괜찮은 자리를 구했다고 한다. 보는 동안에는 많은 생각을 했는데 시간도 많이 흘렀고 귀찮아서 간단히 정리를 하기로 했다. 1. 공연 보고 나오면서 "쟤 많이 받는다고 욕하는 인간은 욕먹어야 한다."고 얘기하면서 계단을 내려왔다. 뮤지컬을 보기 전에는 조승우한테 저렇게 많은 돈을 줄 필요가 있나 하는 회의적인 입장에 있었다. 그러나 공연을 보면서 180도로 전환... 2006. 2. 5. 왕의 남자 올해는 내가 대학을 졸업한 이후 극장에 제일 많이 간 해인 것 같다. 한번도 안간 해가 부지기수였고 반지의 제왕 때문에 1년에 한번씩 갔던 것이 최근 몇년. 자막 읽기 싫어서 극장 안 간다는 어른들의 옛말(?)을 조금씩 이해하고 있는데... ^^; 그런 의미에서 방화를 한편 때려줬다. 이벤트의 여왕 영*씨가 지난주에 이어 또 당첨된 시사회 표. 그녀는 다른 곳에 당첨된 표로 지난주에 이미 갔다왔다. 예전에 연극 팬들에게 엄청나게 회자됐던 연극 이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요즘 연극을 영화화하는 것이 유행인 모양인데 일단 탄탄한 시나리오(희곡?)을 바탕으로 하니까 감독이 어지간히 망치지 않는 한 기본적인 플롯의 재미는 잡고 들어간다. 이 작품의 1차적 성공 원인은 인물 각각에 강렬한 성격을 부여하면서도 서로 .. 2005. 12. 27. 빌리 엘리어트(2005.10.17) 보고 온지 벌써 두달이 흘렀다. 게으름 피다가는 한정이 없을 것 같아서 비교적 한가한 주말 저녁을 틈타 감상문 포스팅. 빌리 엘리어트는 내가 그동안 본 뮤지컬 중에서 지존중의 지존이다. 과연 영화를 어떻게 뮤지컬로 만들 수 있을까 내심 궁금했는데 이건 영국 -마음 먹는다면 러시아 정도-에서만 공연이 가능한 작품.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엔터테인먼트 + 감동과 드라마까지도 다 잡아냈다. 일단 각본과 연출의 승리. 영화 시나리오를 쓴 사람이 뮤지컬 대본도 썼다는데 자기 영화에서 확실히 독립을 했다. 분명 아까울 부분도 있으련만 과감히, 그러나 살려야할 부분은 다 살려냈고 연출가 역시 그 대본에서 이상의 것을 뽑아냈다. 이런 작가와 감독이 만나는건 서로간의 행복이란 생각이 다 들 정도. 여러.. 2005. 12. 16. 비밀의 정원 (2005.11.18) 런던에서 빌리 엘리어트를 본 것을 제외하고... 작년 카바레 이후 1년 넘게 뮤지컬을 안봤는데 어제 모처럼 뮤지컬 극장으로~ 뮤지컬 봤단 얘기에 올해는 공연 안본다며? 라는 타박이 좀 들어왔지만 공짜다~ 난 이벤트의 별 아래 태어나진 못했지만 확실히 앵벌이 별의 수호는 받는 모양 원님덕에 나팔 분다고 뮤지컬 잡지에 취직한 영*씨덕에 하늘에서 떨어진 표~ 앞으로도 종종 남는 표는 이쪽에다 버려주겠다고 한다. ㅎㅎㅎㅎㅎ 뮤지컬을 보면서는 혼자 대본 다시 쓰고 온갖 잡생각을 많이 했는데 이번주에 마감을 두개나 한데다 오늘은 오랜만에 백화점까지 납셔 주신 덕에 엄청 피곤. 길게 쓰기 귀찮아 간단히 느낌만 끄적끄적. 배우들의 노래나 춤은 나쁘지 않았지만 연출과 대본이 약했다. 조금만 더 연구하면 두고두고 써먹을 .. 2005. 11. 19. 로얄 발레단 랑데뷰 & 라 실피드 (2005.10.15) 초연 때 마리 탈리오니의 라 실피드를 그린 석판화인지 그림. 15일날 마지막 일정이 한국에서 예매해놓은 라 실피드 공연이었다. 코벤트 가든에서 아이스크림 사먹고 오페라 하우스로 갔다. 거기 푹신한 소파에서 이번 시즌 작품들 소개하는 다큐멘터리 다 보고 입장. 대략 40분 정도 되는 것 같은데 오디오 볼륨이 너무 낮아서 그림만 봤지만 볼만했다. 조안 코보그(로얄 발레단의 수석 무용수인데 요즘 안무도 시작한 모양) 등 안무가들이 자기 작품에 대해 얘기하고 출연 무용수들이 또 얘기하고 등등... 오디오만 잘 들렸다면 좋았겠다는 하긴 들렸다 쳐도 잘 알아들었을지는 의문 더 좋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림만 열심히 봤다. ^^ 이날 공연한 작품은 애쉬튼 안무의 랑데뷰와 로얄 발레단의 프린시펄 조한 코보그가 재안무한.. 2005. 11. 15. 이전 1 ··· 14 15 16 17 1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