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춤66 스페인 국립 무용단 '날개' (2007.6.6) 고대하던 나초 두아토의 공연을 드디어 봤다. 2005년에 멀티플리시티에는 부상으로 녹음한 음성만 들려줬던 이 마성의 게이 아저씨께서 드디어 내한해 농익은 춤까지 보여주셨다. 연출가인 토마스 판두르가 다른 무용수들은 천사의 역할이 요구하는 존재감과 원숙함을 연기하기엔 너무 젊다는 이유로 나초 두아토가 직접 무대에 서라고 권유했다던데 훌륭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나초 두아토 말고는 일단 내 머리속에는 다른 이미지가 그려지지 않으니까. ALAS 라는 단어가 상당히 입에 익어서 뭔가 했는데 이게 스페인어로 '날개' 작품의 제목이고 나초 두아토의 의상에서, 또 중간중간 춤 못지않은 비중으로 등장하는 독백에서도 그 의미나 중요성은 드러난다. 공연에 대한 느낌은 '어렵다.'로 요약이 될 것 같다. 3월의 실비 기엠 .. 2007. 6. 6. UBC 춘향 (2007.5.4) 고양 아람누리 극장까지 가서 보고 온 춘향 초연. 멀기도 하고 또 창작물의 초연 구경은 내가 그 안무가를 엄청나게 신뢰하지 않는 이상 별로 선호하지 않는 짓이라 이 공연은 건너뛰려고 했는데 인연이 닿으려는지 ㅇ씨가 공짜표가 있다고 연락이 와서 충동적으로 갔다. 소감을 한마디로 요약하라면... 내가 이 공연을 위해 오고갔던 그 기나긴 길보다 춘향이 제대로 된 작품으로 완성될 길이 더 멀겠구나 정도. 나쁘지는 않았다. 단 초연치고는이라는 전제가 붙는다. 만약 초연이 아니었다면 난도질을 했겠지만 처음이라는 이유로 많은 미숙함을 용서(?)하려고 한다. 좋았던 점. 한국 전통 문학을 소재로 한국 발레단이 만드는 작품이지만 한국적이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거의 느끼지 않았다. 어설프게 양복 입고 갓 쓴 것보다는 이쪽이.. 2007. 5. 5. 국립발레단 스파르타쿠스 (2007.4.20) 볼쇼이 발레단의 2005년 가을 공연 이후 거의 2년만에 보는 스파르타쿠스다. 2001년인가? 연도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데 국립 발레단에서 유리 그리가로비치 초청해서 이 작품 초연 올릴 때 캐스팅을 놓고 고민하다가 크랏수스역의 무용수가 너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결정적인 이유로 김용걸-배주윤-장운규-김주원 캐스팅이 봤었다. 그래도 이원국-김지영이라고 이원국 캐스팅을 보고 온 동생이 정말 눈물이 나는 드라마틱이었다고 하도 침을 튀겨서 살짝 아쉬웠지만 이미 지나간 버스라 포기했었는데 이원국-김주원에 크랏수스와 예기나는 노보시리스크 발레단의 프리마들이 한다는 희소식. 공연 정보를 본 순간 빛의 속도로 예매를 했고 드디어 어제가 공연. 스파르타쿠스의 매력 중 하나가 칼날처럼 딱딱 맞아떨어지는 남성 군무인데 어.. 2007. 4. 21. 신성한 괴물들 (2007.3.6) 오지게 추운 날 실비 길렘. 여제 폐하를 드디어 알현했다. 구구절절 쓸 체력도 안 되고 사실 말이 필요없었던, 기대 이상의 환상적인 공연이라 몇가지 느낌만 간단히 정리하는 걸로 감상을 끝내야겠다. 1. 아크람 칸의 재발견. 2004년인가 2005년에... 시 댄스에서 확실하게 나를 고문해주셨던 인도 출신의 무용가이자 안무가. 번뜩이는 재능은 인정하지만 내가 소화하기엔 버거운 요리를 차려낸다고 느꼈다. 그래서 예매를 하면서도 마음의 준비를 엄청나게 하고 갔었다. 그.런.데. 너무나 재미있다. 75분이라는 시간이 언제 어떻게 가버렸는지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몰입하고 웃고 감탄하는 와중에 시간은 유수처럼~ 그리고 실비 길렘이라는, 주위의 무용수들을 희미하게 만드는 저 무시무시한 카리스마에 전혀 뒤.. 2007. 3. 7. 세계발레스타페스티벌 (2007.1.26) 사실은 어제 썼어야 했지만 어제 쓰면 욕하느라고 정작 기록해둘 가치가 있는 공연 감상문은 뒷전이 될 것 같아서 하룻밤 기간을 두고 부글부글 끓어오르던 것을 가라앉혔다. 그럼에도 욕이 최소한 한 챕터는 나올 것 같아서 일단 만사 젖혀놓고 공연 감상부터~ 1부 첫 출연은 느닷없이 예술원 영재라는 학생들이 나와서 Classical Symphony D 라는 걸 했는데... '재네가 정말 토종 맞냐?' 소리가 나올 정도로 신체 조건도 정말 눈알 튀어나오게 다들 좋고 기초도 탄탄해 보이는 것이 개개인의 능력들은 다 한 가닥씩 해 보이긴 한다. 특히 솔로 한 남자 무용수 아이는 몸에 얼굴에... '제발 이대로만 자라다오~' 소리가 절로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_-;;;; 아직 가능성 있는 어린 학생들이니.. 2007. 1. 27. 슈트트가르트 발레 - 말괄량이 길들이기(2006.10.14) 하나를 막으면 다른 곳이 터지고... 완전히 죽어라죽어라 하는 주간. 그러고 보면 유럽으로 피신했던 작년을 제외하고 거의 예외없이 생일 무렵엔 항상 난리였다. 생일날 밥 한끼도 못 먹고 일한 날도 흔했고. 그래도 올해 생일엔 점심 약속이 있으니 최소한 한끼는 잘 먹겠지... 라고 나를 세뇌시키며 아주아주 초간단 감상이 아니라 그냥 갔다 왔다는 기록만. 2층과 3층 좌석의 층간 높이가 왜 다른지 절대 이해할 수 없지만 성남 아트센터 3층은 층간 높이가 충분하다. 제일 앞줄에 앉았기 때문에 공연 시작하고 사람을 집어넣거나 말거나 신경쓸 필요가 없었다는 것도 좋은 관람 환경에 일조. 이 정도 블럭버스터급 공연이 있지 않는 한 성남에 다시 기어갈 일은 거의 없겠지만 앞으로도 3층을 애용해주기로 했다. 강수진의 .. 2006. 10. 14. 세계정상발레스타초청 갈라공연(2006.8.17) 순전히 이고르 젤렌스키 한명 때문에 경기도 광주도 아니고 전라도 광주까지 갔다오는 기염을 토한 공연. 완전 꽝이었다면 길에다 버린 시간이 아까워서 (돈은 사실 서울서 봤으면 차비와 공연비를 포함해서 더 들었거나 아니면 아주 후진 자리에서 봤을 게 뻔하기 때문에) 펄펄펄 뛰다 못해 뒤로 넘어갔을 테지만 며칠이 지난 지금에도 만족감이 남아 있다. 괜히 동행 만들고 하느라 기운 빼지 않고 혼자 조용히 내려갔다고 즐겁게 공연보고 올라온 나의 안목을 스스로 칭찬해주고 싶음. ^^ 각오했던 대로 관객들의 수준은 열악했지만 에어컨 안 틀어주는 것 빼고 공연장 시설이나 또 출연자들의 수준이 그걸 상쇄시킬 정도였기 때문에 투덜거리진 않겠다. 촌 -이건 비하가 아니라 광주 출신인 PD가 자기 고향을 얘기할 때 항상 촌이라.. 2006. 8. 21. 에이프만 발레단- Who's Who (2006. 6.3) 이 공연으로 보리스 에이프만 주간이 내게는 끝이다. 돈 주앙과 몰리에르를 보면서 느꼈던 에이프만에 대한 걱정(?)과 실망을 확 날리는 무대. 한마디로 환상이었다. ㅈ님 말마따나 남의 얘기라서 버벅거렸는지 미국에 온 러시아 이민, 좀 더 범위를 좁히자면 러시아 출신 유대인 이민자들의 초창기 정착 과정을 그린 Who's Who 는 코믹과 아련함이 적절하게 뒤섞인 멋진 안무~미국쪽에선 별로 평이 좋지 않았다는데 거기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아마 중국인들이 중국을 어설프게 흉내낸 푸치니의 투란도트를 처음 봤을 때나... 88년에 올린 메노티의 시집 가는 날을 한국인이 봤을 때 느껴지는 그 뭔가 어설프고 맛이 나지 않는 듯한 자국 문화의 색채를 미국인들이 느꼈지 싶다. 그러나 발레를 좀 많이 본 애호가.. 2006. 6. 4. 에이프만 발레단의 차이코프스키 (2006.6.1) 드디어 봤다~ 처음 봤을 때의, 얻어맞은 것처럼 아프고 몸살이 나는 정도의 충격은 없었지만 만족한 저녁. 에이프만과 내가 다 죽고 없어지고 우리 뒷세대가 에이프만에 대해 논한다면 이 차이코프스키는 분명 그의 대표작 반열에 오를 것 같다. 문학, 음악, 무용... 미술을 제외하고 이런 예술 장르에서 소위 역사에 남을 창조물을 남기는 사람들이 모두 천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주아주 극소수를 제외한 소위 우리가 천재라고 부르는 인간들을 포함해서 인간이 갖고 있는 아이디어의 숫자는 거의 엇비슷하다고 본다. 그 한정된 아이디어를 얼마나 잘 다듬고 정리해서 그럴듯하게 세상에 끄집어 내느냐, 아니면 날걸로 내던지느냐가 명작과 쓰레기를 나누는 기준이 될 것이다. 내 관점에서 그 걸작을 만들어낸 거장들은 자기가 갖고 .. 2006. 6. 2. 에이프만 발레단 돈 주앙과 몰리에르 (2006.5.30) 4년을 기다려 예매를 했고, 그리고도 몇달을 기다려서 봤다. 첫 내한 공연의 충격과 만족감이 워낙에 컸기 때문에 이번 신작에 대한 기대감도 만빵. 하지만 돈 주앙과 몰리에르만을 놓고 얘기하라면 솔직히 실망이다. 물론 이건 에이프만에 대한 기대가 워낙 높은 것도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듣도 보도 못한 안무가나 기대치 0인 국내 안무가가 이 작품을 안무했다면 괜찮군, 꽤 잘 했네 정도까지 평을 했을지 모르겠지만... 에이프만이라는 걸 젖혀놓고 냉정하고 봤을 때 범작이라고 감히 말한다.일단 아이디어가 정리되지 못한 느낌. 기존의 에이프만 안무작들은 어떻게 저런 거대한 스토리를 2-3시간 짜리 발레로 뭉쳐놓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아주 탄탄하고 짜임새가 있었다. 또 쓸데없는 군더더기나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는.. 2006. 5. 31. 안은미 新춘향 (2006.5.13. 5시) 멀었으면 안 갔을 텐데 집 앞이고 또 티켓링크 VIP회원은 20% 할인까지 해준다기에 그냥 질렀다. 이 안은미씨란 (이후 존칭 생략. 딴지 사절) 무용가는 그 이름을 알기 이전 공연장에서 나 혼자 안면을 익혔다. 여기는 안은미에 대한 잡담과 사설들 박박 민 머리만으로도 충분히 눈에 띌 판인데 그녀의 패션은 정말 안은미 말고는 아무도 소화하지 못하는 색채 감각이다. 가장 기억나는 게 노란 자켓에 체리핑크 프릴 미니 스커트에다 초록색의 엄청난 높이의 하이힐. 다른 때도 색깔과 약간의 스타일만 바뀔 뿐이지 네온사인처럼 빛나는 패션은 항상 변함이 없다. 나도 어지간히 튀게 입지만 그녀 옆에 서면 정말 얌전하게 보임. ^^ 그래서 더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그 범상치않은 패션을 보고 분명 무용이나 미술일 것이다 .. 2006. 5. 16. 로얄 발레단 랑데뷰 & 라 실피드 (2005.10.15) 초연 때 마리 탈리오니의 라 실피드를 그린 석판화인지 그림. 15일날 마지막 일정이 한국에서 예매해놓은 라 실피드 공연이었다. 코벤트 가든에서 아이스크림 사먹고 오페라 하우스로 갔다. 거기 푹신한 소파에서 이번 시즌 작품들 소개하는 다큐멘터리 다 보고 입장. 대략 40분 정도 되는 것 같은데 오디오 볼륨이 너무 낮아서 그림만 봤지만 볼만했다. 조안 코보그(로얄 발레단의 수석 무용수인데 요즘 안무도 시작한 모양) 등 안무가들이 자기 작품에 대해 얘기하고 출연 무용수들이 또 얘기하고 등등... 오디오만 잘 들렸다면 좋았겠다는 하긴 들렸다 쳐도 잘 알아들었을지는 의문 더 좋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림만 열심히 봤다. ^^ 이날 공연한 작품은 애쉬튼 안무의 랑데뷰와 로얄 발레단의 프린시펄 조한 코보그가 재안무한.. 2005. 11. 15. 이전 1 2 3 4 5 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