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춤66 마린스키 발레단 갈라 공연 (2010.11.14) 아람누리까지 가기는 짜증나지만 그래도 좋은 공연의 연속이라 아쉬웠던 마린스키 공연의 마지막 날. 이날은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발란신과 제롬 로빈스의 작품들이 포함된 갈라이다. 흥행에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레퍼토리인데 이런 걸 선택해줘서 주최측에게 상당히 고마웠다. 한줌도 안 되는, 자기 돈 내고 표를 사서 발레를 보는 발레팬들에게는 아주 고맙지만 발레랑 어지간히 코드가 맞지 않는 한 처음 발레를 보는 사람들에게는 살짝 부담이 갈 수도 있는 작품들인데 용감했다는 생각도 살짝 들었음. 첫 작품은 발란신이 안무한 스코틀랜드 심포니. 멘델스존의 스코틀랜드 심포니를 연주하거나 들으면서 단 한번도 이게 춤곡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걸 스코틀랜드의 분위기가 풍기는 -물론 진짜 스코틀.. 2010. 11. 16. 마린스키 발레단 백조의 호수 (2010.11.12) 6년 만에 마린스키 발레단의 공연인 동시에 역시나 6년만에 로파트키나의 백조를 보러 일산으로~ 내가 그닥 좋아라~하지 않는 버전의, 1막엔 왕자가 별로 없는 안무지만 그래도 잘 하는 사람들이 추니까 그 상황에서도 존재감을 발하기는 하더라는... 역시 실력이 중요하다는 진리를 입증해주는 공연이었다. 마린스키 발레단의 백조의 호수는 볼쇼이나 ABT, 파리 오페라 발레단과 달리 오로지 백조를 위한 백조 중심의 안무이다. -이건 초연 때 왕자를 맡은 남자 무용수가 춤이 너무 많아서 힘들어 죽겠으니 지그프리드 왕자의 춤 좀 줄이라는 불평을 한 덕분. --;- 여하튼 그래서 사실 스토리 진행상 말고는 그다지 존재 가치가 없는 왕자님인데, 다닐 코르선체프는 거의 없다시피 한 춤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존재감을 확연이 드.. 2010. 11. 13. 마린스키 발레단 지젤 (2010.11.10) 여름에 조기 예매 해놓은 것을 열심히 털어먹는 계절이 왔다. 다행히 아주 절묘하게 마감을 비껴간 -내가 그렇게 조절한 것도 있지만 운이 좋았음- 터라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공연을 보러가서 제대로 즐길 수 있었다. 본래 계획했던 캐스팅인 테레쉬키나 대신 소모바로 캐스팅이 바뀌어서 김이 엄청 빠지긴 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럭저럭 일산까지 간 보람은 있는 공연이었다. 기대치가 워낙 낮아서 그런건지, 아니면 소모바가 오늘 컨디션이 아주 좋았던 건지 모르겠지만 영상물에서 보여주던 음악과 춤이 따로 노는 그런 모습은 아니었다. 지젤은 그야말로 발레리나를 위한 발레이니 만큼 소모바를 위주로 감상을 풀어놓자면... 소모바가 기대보다는 상당히 괜찮았다. 그다지 많이 보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 봐왔던 그녀에 대한 내 .. 2010. 11. 11. 국립 발레단 라이몬다 (2010.9.26. 3시) 이제 절대 밤은 지세우지 않겠다는 결심을 한 내게 어쩔 수 없이 밤을 하얗게 불태우고 해가 뜨는 걸 보는 마감을 하게 한 원흉. 그래도 후회는 절대 하지 않는다. 좋은 공연을 보고 나올 때 느끼는 충만한 만족스런 아우라를 가득 받아서 나왔다. 만약 이 공연을 보지 않았으면 토요일의 라이몬다에 내내 찜찜했을 것 같다. 토요일과 일요일에 연달아 본 김주원&김현웅 커플과 마리아 알라쉬& 알렉산더 볼치코프 커플의 무대를 보면서 바흐의 무반주 첼로 조곡을 떠올렸다. 바흐의 무반주 첼로조곡은 첼로를 배운 학생은 모두 필수적으로 배우는 곡이고 거장들의 레퍼토리나 녹음에서도 절대 빠지지 않는다. 엄청난 테크닉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눈에 확 띄게 화려한 곡은 아니지만 연주의 실력과 연륜이 더해짐에 따라 같은 곡이라는 게.. 2010. 9. 27. 국립 발레단 라이몬다 (2010. 9.25) 마감이 목구멍까지 차올라 나를 위협하고 있지만 내일 공연도 또 예매를 해놓은 상태라 (이렇게 마감하고 물릴 줄 몰랐다는...ㅜ.ㅜ) 지금 끄적여놓지 않으면 영영 안 쓸 것 같아서 간단히. 사실 길게 쓸 얘기도 없다. 오늘 공연에서 가장 기뻤던 건 아직 정정하신 그리가로비치 할아버지를 무대인사에서 만났다는 것. 무시무시한 카리스마를 폴폴 풍기던, 참 차갑고 냉랭하고 짱짱하던 양반인데 군무들까지 일일이 챙기면서 인사를 시키는 모습을 보니 늙긴 늙으셨구나 + 괜히 짠~하더라는... 한참 나이 차이 많이 나던 아름답던 아내를 급작스럽게 먼저 보내고 혼자 계신다고 생각하니 내 마음이 괜히 더 스산.... 2008년 2월에 베스메르트노바 여사가 급서했을 때 세상에서 제일 황당하고 비통한 건 한국에 있다가 소식 듣고.. 2010. 9. 26. 2010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초청공연 오랜만에 갈라 공연을 갔다. 날씨도 엉망이고 컨디션도 과히 좋지 않아서 가기 전까지는 좀 그랬지만 그래도 큰 기대가 없어서 그랬는지 오히려 나쁘지 않았음. 간단하게 감상만 정리하자면. 출연자들의 숫자가 많지 않고 그나마도 강수진을 제외하고는 다 한 작품씩만 하기 때문에 프로그램을 늘리려는 눈물 겨운 노력의 일환으로 끼어든 예프게니 오네긴 서막 연주. 정말 간만에 비쩍 마른 빈약한 사운드란 어떤 것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줬음. 코심이 그리웠다고 쓰면 대충 그 규모와 수준이 이해가 갈듯. 반주도 내내 이랬다. -_-; KBA 프로젝트 발레단의 돈키호테 중 꿈의 장면. 프로젝트 발레단이라고 해서 손발이 맞지 않으면 어쩌나 했는데 의외로 깔끔한 편이었다. 특히 어린 큐피드들 정말 귀여웠음. ^^ 연습도 많이 한 것.. 2010. 8. 27. 국립발레단 롤랑 프티 트리플 빌 (2010.7.17. 7:30) 공연 보고 온 날 썼어야 하는데 마감도 겹치고 이런저런 일에 차일피일 미루다보니 벌써 수요일이다. 지금 쓰지 않으면 아마도 다른 많은 공연들처럼 감상을 간단하게라도 끄적여놓지 않을 게 뻔해서 1시 전에는 반드시 잔다는 규칙을 깨고 앉았다. 난 유럽 안무가들을 좋아한다. 1위부터 하나씩 줄을 세우라면 그건 불가능하지만 가장 좋아하는 그룹식으로 묶어서 꼽는다면 가장 수위에 올라가는 인물이 바로 롤랑 프티. 드라마틱하면서도 유치하지 않고, 음악과 미술의 조화가 그야말로 예술인, 아주아주 세련된 안무가. 그래서 국립 발레단이 롤랑 프티의 대표작 중 3개를 무대에 올린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엄청 기대를 하고 조기예매 기간에 빛의 속도로 예매를 마쳤다. 그리고 7월 17일.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를 뚫고 예술의 전당.. 2010. 7. 21. 국립 발레단 코펠리아 (2010.5.4) 별로 쓸 건 없지만 그래도 갔다 왔다는 기록은 남겨야할 것 같아서. 이 공연에 대한 요약은 딱 한 마디 '낚였다' 전막 해설발레라는 광고를 봤을 때 뭔가 좀 찜찜하긴 했지만 어린이날 시즌이니까 어린이 관객 유도를 위해서 그럴 수도 있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이건 뭐 거의 아동극 분위기. -_-a 안무며 내용 등등은 다 가지치기에 중간중간 해설자가 나와서 춤으로서의 맥은 다 끊어 놓고 있다. 공연 보고 나오는데 부부로 보이는 한 40대 후반의 멋쟁이 아줌마랑 아저씨가 이런 건 줄 몰랐다고 투덜거리는 거 보면서 동병상련 + 조금의 위로를 받았다. 나 혼자만 낚인 게 아니었구나. ㅋㅋ 나처럼 정말 수십년 만에 한국에서 코펠리아를 보는구나~라는 설레임을 안고 온 나 같은 어른들은 낚인 거지만 애들 데리고 온 부.. 2010. 5. 7. 유니버설 발레단 백조의 호수 (2010.3.28) 마감하고 저녁 먹은 뒤 8시에 그대로 기절했다가 깼다. 오늘도 또 마감이 있는 관계로 일찍 일어나기 위해서 다시 자야겠지만 아직은 잠이 오지 않아서 늦기 전에 초 간단으로 갔다 왔다는 기록만 좀 남겨 놓으려고 앉았음. 1. 이번 올림픽 때 라이사첵의 경기를 떠오르게 하는 무대였다. 특별히 흠잡을 건 없지만 그렇다고 사람을 확 잡아끄는 매력이나 아우라도 없는 심심하고 평범한 공연. 그래도 최소한 망하지는 않았고, 또 역할의 무거움을 볼 때 한서혜와 이승현씨 입장에서는 무난한 주역 데뷔라고 봐줘야할 듯. 2. 그래도 백조의 호수에 일가견이 있었던 발레리나들이 있는 단체다보니 한서혜씨는 상당히 공들여 다듬었다는 게 눈에 보인다. 소소한 것까지 꼼꼼하게 손을 봐줬다는 게 느껴짐. 이승현씨는.... 다른 안무에 .. 2010. 3. 30. 피나 바우쉬 부퍼탈 탄츠테아터 '카페 뮐러' & '봄의 제전' (2010.3.20) 지난 주 마감 2개의 후유증으로 무겁고 멍한 머리에다가 다리도 안 좋아서 절뚝거리면서 황사 바람을 헤치고 갔다 왔다. 좀 있다 쓰겠지만, 공연장 안에서도 흙먼지를 잔뜩 들이마신 덕분에 어제는 초저녁부터 쓰러져서 아침까지 그대로 죽은 듯이 잤다. 덕분에 두통도 사라지고 머리도 맑아진 좋은 컨디션~ 첫번째 작품은 카페 뮐러. 1970년대 초반에 초연한 작품으로 그녀의 초기작 중 하나이다. 그녀가 무대에 올라 직접 춤을 추는 몇 안 되는 작품의 하나로 올해 카페 뮐러 공연 때 피나 바우쉬가 직접 춤을 추려고 했었는데.. 작년 6월에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작품만이 왔다. 갑작스런 죽음 소식을 들었을 때 심장마비나 뇌출혈인가? 했었는데 프로그램에 보니까 암으로. 그런데 암이라는 소식을 들은지 5일만에 사망했.. 2010. 3. 21. 라 스칼라 발레단 돈키호테 (2.19. 8시) 파리에서 밀라노로 떠나는 날인데, 비행기가 루프트한자라는 걸 믿고 (알리딸리아였으면 감히 못 했음) 간 크게도 이날 밀라노 라 스칼라에서 열리는 발레 공연을 예매해놓았는데.... 정말 파란만장이었다. 공연 늦을까봐 어찌나 신경을 썼는지 다음날에는 몸살이 나서 완전 골골거리고 비몽사몽으로 돌아다녔다. 비행기는 루트프한자답게 정시에 칼같이 도착을 했다. 문제는 하필 이날 이태리 애들이 파업을 했다는 것. 떠나기 전에 이날 철도 파업이 있다는 걸 파업 공지 사이트에서 확인을 했기 때문에 말펜사 익스프레스를 타고 시내로 들어가는 건 포기하고 공항버스를 탔다. 그런데.... 이 버스라는 게 시간이 됐다고 떠나는 게 아니라 손님이 다 차서 꽉꽉 차야지 떠난다는 거다. -_-+++++ 버스만 제 시간에 떠났으면 그럭.. 2010. 2. 28. 국립 발레단 차이코프스키 (2010.2.4) 귀찮기는 하지만 오늘도 쓰지 않으면 영영 안 쓰지 싶어서 그냥 간단하게 다녀왔다는 기록만 남기려고 앉았다. 솔직히 별 기대는 없었다. 근래 몇년동안 국립 발레단의 공연에 실망한 적이 너무 많아서... 공짜표이고 문화생활을 한지 너무 오래되기도 했고, 무엇보다 앵콜 칼국수의 옛날 칼국수가 먹고 싶어서 갔는데 기대가 없어서 그랬는지 아주 만족스러운 공연. 무용수 위주로 간단히 감상을 정리하자면 차이코프스키 역의 김현웅. 장래가 촉망되는 남자 무용수들이 그저그런 무용수로 변해 언제 사라졌는지도 모르게 퇴장시키는 남자 무용수의 마굴인 국립 발레단이고, 주역 데뷔 공연인 해적에서도 별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서 약간은 기대를 접었는데 와우! 갈리차닌을 제외하고, 에이프만 발레단의 솔리스트들보다 떨어지지 않.. 2010. 2. 6. 이전 1 2 3 4 5 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