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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쇼이 발레단 - 스팔타커스 (2005.10.8) 92년에 볼쇼이의 스팔타커스를 봤으니 13년만인가? 그때의 감동과 환상이었던 인상을 팍 구겨놓지 않을까 내심 걱정했는데 기우였다. 그때 스팔타커스 보고 나오면서 오늘 이 공연 안본 사람들은 땅을 쳐야해~ 했는데 오늘도 그랬다. 군무와 네명 주연 무용수들의 개성이 딱딱 맞물려져서 모두들 머리속에 그리는 스팔타커스를 그대로 보여줬다고 해야할 듯. 지젤에서... 모님의 표현을 빌리면 핸드폰 64화음 벨소리보다 못한 코심 사운드 때문에 이 일을 어쩌나 걱정을 엄청 했는데 지젤을 포기하고 스팔타커스 연습에 올인을 했던 모양이다. 조금만 더 세게 받쳐주지, 치고 올라가지 하는 부분들이 있었지만 한두 군데를 제외하고는 최소한 음악 때문에 춤에 몰입을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리고 오~ 느낌을 제대로 내는군~ 하는 감.. 2005. 10. 9.
일본인도 모르는 천황의 얼굴 스털링 시그레이브, 페기 시그레이브 | 신영미디어 | 2005.10. 2~8 내 책장에 가득 쌓여있는 일본 시리즈 중 하나. 또 한권 해치웠다. 그리고 일본 시리즈로 읽은 책 중에서 제일 재미있다. 인문학 관련 책을 읽을 때의 재미 중 하나가 하나의 인물이나 사건을 놓고 엄청나게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똑같은 그림을 놓고 완전히 다른 해석을 하면 각자 자기 이론의 증거로 쓰는, 풍속의 역사와 나체와 수치의 역사 같은 책을 보면 인문학은 논픽션보다는 픽션에 가까울 때가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 역시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인물과 사건에 대한 개념 자체를 흔드는 내용이다. 메이지 천황. 막부 시대를 끝내고 강력한 천황제를 부활시킨 똑똑한 군주로서 각인되어 있던 그는 여기서 막부.. 2005. 10. 8.
2003. 파리 -9 이날은 오르세. 이곳은 찾아가긴 쉬운데 그 전철을 통해 빠져나가긴 참 묘하게 어렵다. 나도 헤매고 있는데 나한테 길을 묻는 프랑스 여자는 또 무슨 심산인지. ^^;;;;; 달력에서만 보던 그림들을 봐서 사실 제일 재밌긴 했다. 일정이 짧다면 루브르보다는 오르세를 택하는게 나은 것 같다. 무슨 역을 리모델링 했다고 하는데 자세한 내용은 기억 안남. 겉으로 보기엔 별반 넓어보이지도 않지만 들어가면 꽤나 넓다. 시계탑이 환히 들여다보이는 레스토랑이 기억이 나는데 먹느라 정작 사진은 못찍었음. ㅎㅎ; 1층 로비. 공간 활용을 참 잘 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음. 이날도 컨디션은 꽝. 그래도 본전 뽑아야 한다는 생각에 악을 쓰고 다녔다. 3층에서인가? 발견한 이다 루빈시타인의 사진. 20세기 초반 파리 남.. 2005. 10. 6.
볼쇼이 발레단 - 지젤 (2005. 10.5) 볼쇼이 발레단의 지젤 첫날 공연. 작년 백조의 호수 공연 때 2진도 아닌 장장 3진을 데려온 기획사가 이번엔 정신을 차렸는지 첫날 캐스팅의 면면은 화려 그 자체. 그러나 분명 나쁜 무대는 아니었음에도 대단한 감동은 없이 그냥저냥이었다. 이 시큰둥한 반응에 대한 책임의 70% 는 오케스트라와 지휘자에게 있다. 지난주 키로프 오케스트라와 게르기예프의 사운드로(마지막 날은 제외. 신들의 황혼은 기운 빠진 소리...) 귀가 엄청나게 호강해 어지간한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너무나 수준 이하였다. 평균적인 코심의 사운드만 내줬어도 이런 험한 말까지는 안하겠는데... 오늘은 과연 연습이나 하고 무대에 섰는지 의심이 가는 삐그덕에 집중력 하나도 없이 호흡도 안 맞아 초보적인 삑사리에 그 빈약한 관악기의.. 2005. 10. 6.
2003. 파리 -8 노틀담 사원으로 가기 전에 생 샤펠 성당을 먼저 들르기로 동선을 잡았다. 이날도 오전에는 날씨가 해도 제법 나고 인간이 사는 곳 같았음. 전철에서 내려 가는 길. 삐죽 솟은 것이 생 샤펠 성당 혹은 사원이다. 가톨릭에서 성자로 시성된 루이 9세가 13세기에 지었다는데 그 시대에 어떻게 이런 거대한 건물을 건축할 수 있었는지 신기했다. 입구에서 올려다보며 찍은 사진. 입장료 내고 들어갈까 말까 좀 망설이긴 했지만... ^^ 엄청 열심히 기도 생활을 하고 계율을 지키려던 왕이었다던데. 수도사들이 제시한, 부부관계가 가능한 날의 달력을 보며 일년에 며칠 되지도 않더구만... 후계자를 만든 것이 신기. 스테인드 글라스가 아름답다는 얘기를 듣긴 했지만 이 정도일 거라고까지는 기대하지 않았다. 고딕 건축물의 특징이.. 2005. 10. 4.
현대 문명이 범한 여덟 가지 죄악 콘라트 로렌츠 | 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E Press) | 2005. 9. 28 ~ 10. 2 역자 후기와 연표 등등을 빼면 120여쪽의 얇은, 거의 팜플렛 수준의 두께임에도 진도가 정말 안 나갔다. 스스로도 알고 있는 일이지만 나란 인간은 사실을 잽싸게 파악하고 거기서 쓸만한 것을 집어내는 것은 제법 빠르지만 사유와 사고가 필요한 글읽기와는 친하지 않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걸 새삼 확인했음. 동물의 생태에 관한 아주아주 재미있는 글을 쓰는 동물학자 콘라트 로렌츠가 아니라 동물과 인간의 삶, 그리고 세계 전체를 아우르는 노학자의 철학적 메시지는 많은 생각을 하면서 글을 읽어나갈 것을 요구한다. 라디오에서 방송했던 내용을 정리한거라고 하던데... 이걸 듣고 출판을 요구했다는 사람들의 수준이 솔직히 놀라웠다.. 2005. 10. 2.
명화를 보는 눈 다카시나 슈지 | 눌와 | 2005. 9. 26~30 휴가를 위한 사전 준비 차원에서 읽은 책. 그냥 막연하게 그림을 보는 것에서 조금은 탈피하고 싶어 가이드북 차원에서 집었는데 의외로 깊이가 있고 재밌다. 다카시나 슈지라는 이 서양미술사학자는 중언부언하기 쉬운 미술사라는 분야에서 사람들이 흥미를 가질만한 부분을 예리하게 잡아내 짤막하게 풀어나가는 재주가 있는 것 같다. 일본에서 몇년을 두고 2번에 걸쳐 나온 책이라는데 시차가 주는 어색함이나 이질감이 전혀 없이 일관적인 흐름으로 반 아이크 시대부터 1944년에 미국에서 죽은 신조형주의자 몬드리안까지 기억해야 할만한 화가들을, 슈지가 선택한 대표작과 함께 설명을 하는 형식이다. 한점의 그림을 중심으로 그 그림이 미술사에서 갖는 의미, 그림에 얽힌 주변 이.. 2005. 9. 30.
2003. 파리 -7 피카소 박물관에서 반나절을 보냈었다. 박물관이 생각보다 크지 않아서 루브르나 오르세와 달리 부담감이 없어서 좋았다. 우리도 앙드레 말로 같이 머리 팽팽 돌아가는 문화부 장관이 하나 나오면 좋겠다. 하긴 그것도 그 안목과 아이디어를 이해해줄 아래 위가 있어야 가능하겠군. 초대 문화부 장관이었던 이어령씨도 그 자체만을 놓고 봤을 때 말로보다 과히 떨어진다는 생각은 들지 않으니까. 이래저래 요원한 일이다. -_-;;; 외경. 피카소가 살았던 집이라고 했던 것 같다. 확실치 않음. 그러나 맞는 것 같다. ^^;;; 뭐란 얘긴가? ㅎㅎ 여하튼 성공한 미술가의 호화스런 생활에 놀라면서 부러워했던 것 같음. 하긴 로뎅 하우스도 죽인다. 그곳도 지금은 로뎅 박물관~ 천정에 달린 모빌. 화집이나 미술책에서 봤던 그림들을.. 2005. 9. 30.
음식으로 본 동양문화 김태정 外 | 대한교과서주식회사 | 2005. 9. 15~19 휴가를 위한 사전 조사차 골라잡았다. 두바이에선 매끼 현지 음식을 먹어줄 예정이라 뭘 먹어야할지 사전 조사 겸해서 잡은 책. 하필이면 다음달부터 라마단이 시작된다고 해서 조금 불안하긴 하지만... 길거리 음식은 불가능하다 하더라도 최소한 저녁은 푸짐하게 잘 먹을 수 있겠지. 출판사 이름에서 다들 대충 포기를 하겠지만 정말로 엄청나게 촌스러운 표지의 책이다. 차라리 나의 허접한 포삽 실력으로 대충 만들어도 저것보다는 나을 것 같은 색감과 디자인. 겉으로 봐서는 두번 쳐다보지도 않을 책이다. 그러나 내용은 표지와 달리 꽤 알차다. 물론 여기 소개된 각국 음식 문화에 대해 충분한 이해와 사전지식이 있는 사람에게는 대충 훑고 간 겉핥기 정보 취급을 .. 2005. 9. 29.
니벨룽의 반지 - 2부 발퀴레 (2005.9.25) 일요일이라 길이 안 막혀서 한 40여분 걸려서 세종에 도착. 길이 이 정도만 되도 정말 살 것 같다. 근처에서 간단히 우동 한그릇 먹고 후다닥 세종으로~ 6시부터 공연이 시작됐다. 고백하건데 난 발퀴레 1막을 끝까지 보거나 들은 적이 없다. 한때 링 사이클을 다 들으리라 결심하고 카라얀이며 푸르트뱅글러 영감님의 링 전곡을 들어주기 위해 무수히 시도를 했지만 이놈의 발퀴레가 번번히 태클을 걸어서 결국 건너뛰고 듣기만을 반복. 나중에는 아무리 말짱한 정신으로 있어도 1막에서 훈딩이 나올 때 쯤이면 눈이 슬슬 감기고 몽롱해진다. 이날 공연도 음반이나 영상물이었으면 다음 부분으로 판을 바꿔 올렸거나 스킵 버튼을 열심히 눌러줬을 듯. 이 장황한 사설에서 다들 짐작했듯 이번에도 실제 공연에서도 파블로프의 X처럼 훈.. 2005. 9. 28.
2003. 파리 -6 오늘도 루브르 시리즈 계속~ 사진이 왕창 날아가서 몇개 없다고 생각했는데 포스팅을 하려니까 이것도 꽤나 만만치가 않군. 휴가 다녀오면 올해 안에 포스팅을 마칠 수 있을까??? 과연???? 목로주점에서 남녀 주인공들이 결혼식을 마치고 신혼여행 겸 방문한 곳이 루브르 박물관이었다. 우리나라 평민이나 천민들이 미술관이나 박물관이란 존재에 대해 꿈도 꾸지 못할 때 이 사람들은 문화를 나누고 있었다는게 부럽고 놀라웠음. 비록 소설 속이지만 그들이 찾아왔던 그 시대의 루브르도 이렇게 휘황한 모습이었을까? 인테리어나 조명은 변했겠지만 이 천정화 등등은 그래도였겠지? 뜬금없이 바티칸 성 베드로 성당의 천정화가 떠오른다. ^^ 러시아의 궁전을 가보면 혁명이 일어난게 너무나 당연하게 느껴진다고 하던데... 루브르를 보면서.. 2005. 9. 27.
니벨룽의 반지 - 1부 라인의 황금(2005.9.24) 드디어 봤다!!! 내가 바그너란 이름과 니벨룽의 반지를 처음 안 것이 언제인지 명확히는 모르겠지만 고등학교 1학년 때 정도가 아니었나 싶다. 집집마다 필수 아이템으로 있던 소년소녀 세계 문학 전집에 빠지지 않고 끼어있는 북구 동화 덕에 보탄(=오딘)의 존재는 내게 낯선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우리들을 한때 버닝하게 했던 그 올훼스의 창이란 만화 덕분에 크림힐트가 여주긴 했지만 지크프리트의 전설도 익숙한 내용. 그래서 비교적 쉽게 바그너의 링에 빠져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 낭만적인 비극이 어떻게 무대에서 펼쳐질지에 대한 상상도 많이 했었다. 독일 바이로이트란 곳에서 매년 바그너 한 사람의 작품이 연주되는 축제가 열리고 그곳에선 이 반지가 나흘간에 걸쳐 공연이 된다. 그리고 그 공연을 보러 온 세계에서 .. 2005. 9.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