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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소국 그랜드 펜윅의 달나라 정복기 레너드 위벌리 | 뜨인돌 | 2007.9.21 원제 The Mouse on the Moon 로 1962년에 출판됐다. 외전격으로 아직 번역이 되지 않은 한권을 제외하고 원작자가 쓴 순서대로라면 그랜드 펜윅 시리즈 2권에 해당하는데 그다지 납득이 가지 않는 이유로 한국에선 시리즈의 3편이 2편으로 먼저 출간되고 이게 그 다음에 번역되어 나왔음. 책 말미에 번역자의 변이 있으니 그 이유는 그걸 보고 각자 납득을 하던가 말던가 하면 되고... 몇년 전 황당하게 미국을 점령했던 그랜드 펜윅 사람들이 다시 잊혀질 무렵 중세에 머물고 있는 펜윅성에 온수가 공급되는 상수도 시설 설치를 위해 마운트조이 백작이 우주 개발에 뛰어들겠다는 이유로 미국에 차관을 요청한다. 그의 속셈을 눈치챈 미국에선 역시 정치적인 계산으로 .. 2007. 9. 22.
번역과 번역가들 쓰지 유미 | 열린책들 | 2007.9.?-15 원제는 世界のほんやくしゃたち 로 1995년에 나온 책이다. 지금 번역가 관련 다큐멘터리를 하지 않았다면 절대 내가 읽지 않았을 책이다. 황석영 편 구성안 짤 때 너무 풀리지 않아서 좀 더 넓은 시야로 접근하면 어떨까 싶어서 구입한 일련의 번역 시리즈 중 한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나쁘지 않다. 스스로 번역자인 쓰지 유미라는 저자가 자신이 만난 번역자들에게서 각자의 번역작업과 어려움, 번역자가 된 과정과 동기 등 상당히 개인적인 내용을 취재해 엮은 책으로 일단 읽기가 쉽다. 번역자 개개인이 길어야 10쪽 내외로 자신의 이야기를 정리해 들려주는 형식때문이기도 하지만 막연히 알고있던 번역자의 작업과 나름대로 독특한 그들의 배경을 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렇지만 .. 2007. 9. 15.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박완서 | 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 2007.9.?-12 먹먹함. 책을 읽고난 내 감정은 이 단어로 요약이 되겠다. 사람에 따라 건드려지는 감정선의 차이가 있겠지만 내게는 그 건드려지는 깊이가 아주 깊고 넓은... 후유증이 많이 남는 소설이다. 처음 읽어나갈 때는 엄마의 말뚝을 반복해 읽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실제로 초반부는 엄마의 말뚝과 거의 쌍둥이에 가까울 정도로 흡사하다. 하지만 엄마의 말뚝에서는 세련되게 치장하고 문학적으로 정제됐던 부분들이 이 싱아~에서는 날 것에 가깝게 드러난다. 그녀의 기억 속에 남아 묘사되는 1930년대부터 한국 전쟁 당시의 서울과 개성의 모습. 그녀가 겪었던 그 유년과 소녀 시절의 기억들. 분명 나와 접점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가족사와 감정선들이 참을 수.. 2007. 9. 12.
약소국 그랜드 펜윅의 뉴욕 침공기 레너드 위벌리 | 뜨인돌 | 2007.9.1 그랜드 펜윅 시리즈 1권으로 원제 The Mouse that Roared. 1953년에 나온 책이다. 난 돈까밀로 신부님과 같은 류의 뭔가 가볍게 읽을 풍자소설류를 좋아한다. 하지만 ㅈㅅ일보 만평과 같은, 나와 정치색이 전혀 맞지 않은데다 수준까지 낮은 풍자에는 돈을 쓰고 싶지 않은 고로 원하는 수준의 글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나의 오랜 갈증을 화끈하게 풀어주는 수작. 50년이 지난 글이고 당시의 냉전정치상을 나름대로 세밀하게 그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낡거나 구닥다리로 느껴지지 않는다. 한편의 잘 짜인 슬랩스틱 코미디를 보는 듯한 유쾌한 웃음. 소설에서 확실한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사람들에겐 '뭐 이런 유치뽕이냐!'라는 분노를 자아.. 2007. 9. 3.
오래된 정원 황석영 | 창비(창작과비평사) | 2007.8.? 가능한 피하던 한국문학 읽기가 또 시작됐다. 픽션만큼은 가볍고 말랑말랑하니 순간을 즐기지 내 감정이나 생각을 건드리지 않도록 피하면서 살고 있지만 생업님을 무시할 수는 없는 관계로 오랜만에 동시대의 순수문학 읽어주기. 80년대에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잡혀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을 하던 오현우라는 남자가 18년만에 출소한다. 그에겐 도피 막바지에 그를 숨겨줬던 한윤희라는 여인이 있었다. 그리고 돌아온 그를 기다리는 건 3년 전에 죽은 그녀가 죽기 전에 보낸 편지. 그녀와 함게 도피해 살았던 갈뫼라는 곳으로 간 그는 둘이 함께 살았던 집에서 한윤희가 남긴 그림과 공책을 발견한다. 그 공책에 적힌 건 둘이 함께 살았던 시절의 불안하면서도 행복했던 기억과 그가.. 2007. 9. 3.
눈과 피의 나라 러시아 미술 이주헌 | 학고재 | 2007.8.16-17 어제 심청 보러 가면서 전철 안에서 읽으려고 챙긴 책. 적당한 크기와 두께라서 딱이지 싶었는데 조금 남아서 오늘 아침이 끝을 냈다. 국내의 미술 서적 저자 중에 내가 꽤 신뢰하는 이주헌씨가 쓴 러시아의 대표적인 미술관인 트레티아코프, 러시아, 에르미타슈, 푸슈킨 미술관의 대표적인 컬렉션에 대해 소개한 책이다. 각 미술관의 설립 연도와 역사와 거기 소장된 그림들의 얘기가 잘 얽혀있는데 압권인 부분은 트레티야코프와 러시아 미술관 컬렉션에 대한 소개. 그림으로 보는 러시아 역사를 읽는 것처럼 그림과 러시아의 역사, 문화, 민중사가 딱 들어맞는 구성으로 맛깔나게 올려져있다. 그러나 에르미타슈 박물관과 푸슈킨 박물관에 대한 소개는 다른 미술 서적들의 미술관 소개와 별로.. 2007. 8. 17.
몬테크리스토 백작 알렉상드르 뒤마 | 민음사 | 2007.8.4-6 내내 사려고 벼뤘는데 마침 민음사 책들 30% 세일전을 하기에 여름 휴가를 위해 내가 나한테 선물한 책이다. ^^ 지난 주말에 거의 폐인 모드로 5권 완파. 완역본을 읽을 때마다 늘 하는 얘기지만 역시 축약이나 생략되지 않은 덩어리를 온전하게 읽는 건 즐겁다. 물론 내가 공력이 있어서 원서로 읽으면 더 좋았겠지만 그건 언감생심이니 이 정도라도 만족. 아주 행복한 책읽기였다는 감상으로 얘기를 시작해야겠다. 삼총사, 철가면 등 내 어린 시절을 두근거리게 했던 소설들의 원작자 뒤마. 5권의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200년 전에 썼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현대적인 플롯을 담고 있다. 지금도 가장 매력적인 소재인 복수를 테마로 행복의 절정에서 나락으로 떨어졌던 .. 2007. 8. 13.
정신과 의사의 콩트 프랑수아 를로르 | 북하우스 | 2007.8.5 원제는 Les Contes d'un psychiatre ordinaire로 2000년에 나온 책이다. 비교적 최근이라고 쓰려고 보니 벌써 7년이 지난... (세월 너무 빠르다. ㅠ.ㅠ) 인지-행동주의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정신과 의사인 를로르가 자신의 임상사례 10가지를 정리해놓은 책이다. 초보자들에게도 지루하지 않도록 사례가 짧은 소설 형식으로 소개되고 그 다음에 전문적인 내용들이 추가. 마지막엔 에필로그 형식으로 후일담을 적어놨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매 챕터마다 끝까지 흥미를 잃지 않도록 안배한 편집 테크닉은 배울만 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눈에 확 띄면서도 유치하지 않은 세련된 삽화 역시 책의 가치를 올려주는 느낌. 전체적으로 잘 만든 책이라는 생.. 2007. 8. 5.
쇼쇼쇼 - 김추자, 선데이서울 게다가 긴급조치 이성욱 | 생각의나무 | 2007.7?-8.5 흥미있는 주제고 시작부터 빨아들이는 매력이 있는 내용이었지만 책 사이즈가 갖고 다니기엔 너무 크다보니 (공책 크기) 이동할 때 주로 책을 보는 나한테 계속 밀려 푸대접을 받아왔다. 찔끔찔끔 읽다가 갑자기 책읽기에 삘받은 이번 주말 사이클에 앉아서 마음 먹고 끝을 냈다. 1960년에 태어나 2002년에 죽은 짧다면 짧은 생을 산 저자. 이 책은 과거부터 작가가 세상을 떠난 2000년대 초엽까지 한국의 대중 문화사에서 그가 갖고 있는 기억들의 정리이고 편린이다. 이 사람과 조우는 활자를 통해서밖에 없지만 굉장히 친근감이 간다. 만약 살아 계셨으면 나의 남자 버젼을 보는 것 같아 친근감을 느꼈다는 스토킹성 팬레터를 쓰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보냈을 지는 모르겠.. 2007. 8. 5.
럭키경성 - 근대 조선을 들썩인 투기 열풍과 노블레스 오블리주 전봉관 | 살림 | 2007.7.27-8.4 이미지를 퍼왔는데 1+1 이벤트라 그런지 같이 딸려왔다. 실제로 책도 경성기담이 같이 왔음. 이미 있는 책이라 사촌동생에게 선물로 주려고 잘 챙겨놨다. 황금광시대 이후 팬이라면 팬이 된 전봉관씨의 신작이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다를지 몰라도 이 시대를 다룰 때 좀 천편일률적인 소스를 갖고 다루는 다른 저자들과 달리 상당히 신선한 자료와 지금까지 보기 힘들었던 관점으로 글을 풀어가기 때문에 좋아하는 작가다. 전작인 황금광 시대에서 금광을 중심으로 1930년대 조선의 사회상과 사람들의 삶을 풀었다면 이번엔 '돈'을 중심으로 조선의 부자들과 투기 열풍을 전달해주고 있다. 내가 잘 알고 있는 이름이나 사건이 몇개 없었다는 사실이 내가 이 책을 즐겁게 본 가장 .. 2007. 8. 4.
라마찬드란 박사의 두뇌 실험실 - 우리의 두뇌 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는가? 빌라야누르 라마찬드란, 샌드라 블레이크스리 | 바다출판사 | 2007.8.?-4 주문해 책장에 꽂아놓은지는 몇달 됐는데 500쪽이 넘는 무시무시한 두께에 질려서 내내 눈팅만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지금 쓰는 글에 필요한 뭔가가 있을 것 같다는 막연한 예감에 잡았는데 빙고~ ^^ 질려서 시작할 엄두도 내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친절한 안내를 해주자면 이 무시무시한 두께 중 거의 100쪽은 후주와 참고문헌이다. 책의 사이즈도 그리 크지 않은 편이니 내용 자체로 놓고 보면 그렇게 엄청나게 부담스러운 길이는 절대 아니다. 더불어 읽기 편한 문체에 재미있는 내용이라 술술 읽어지 듯.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라마찬드란 박사는 인도인이다. 인도라는 정신과 신비체계를 중시하는 문화권에서 성장한 덕분인지 서구문명 특유의 .. 2007. 8. 4.
공녀 정구선 | 국학자료원 | 2007.7.27? 읽은 건 잊어버리기 전에 정리를 해주자는 입장에서. 사놓은 지는 정말로 한참 됐는데 이상하게 손에 잡히지 않아 내내 구르다가 얇다는 이유로 외출이 잦았던 주에 간택되었다. 고려와 조선의 공녀에 관한 체계적인 정리는 이 책이 유일하니 이것도 감지덕지해야겠지만 내용의 밀도와 분량을 놓고 냉정하게 평하자면 학사나 석사논문 정도의 수준. 공녀가 보내진 연도와 숫자, 그리고 파악된 이름 정도의 데이터가 충실하게 수록됏다는 게 이 책이 가진 가장 중요한 가치일 것이다. 자료를 찾는 출발점으로는 나쁘지 않지만 더 깊은 부분은 여기저기서 파편을 찾아 모으거나 상상력을 발휘해야할듯. 2007. 8.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