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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식당 단츄 매년 하는 안과 검진 때 기다리는 시간을 때우기 위해 골라간 책. 후루룩 부담없이 끝낼 수 있는 가벼운 책을 고른 건데 예상보다 더 가벼웠나보다. 진료 대기시간은 너무 길고 책은 빨리 다 읽어서 중간에 시간이 남아 좀 지루했다. 심야식당이라는 유명한 만화를 컨셉으로 삼아 거기 나온 간단한 요리들을 19개 선정해 소개한 건데, 한밤중에 위험한 레시피라는 카피와 달리 다행히도 소개된 음식들이 내 취향이 아니라서 야식의 유혹에는 빠지지 않았다. 일본의 야식과 한국의 야식, 혹은 간단히 만들어 먹는 소울푸드가 확실히 많이 다르면서도 또 겹치는 게 많다는 걸 느끼는... 참 가까우면서도 멀고 또 묘하게 비슷하면서도 다른 나라구나 라는 걸 확인하는 재미가 있었다. 특히 이 야식에 돼지 김치볶음이 포함되어 있다는 게.. 2020. 11. 3.
한국 속의 세계 상, 하 정수일 | 창비 | 2020.? ~ 11.3 우리 세대에겐 깐수로 더 유명한 정수일 작가의 책. 오랫동안 내 책장에 있는, 그가 번역한 이븐 바투타 여행기를 읽으려다가 두께에 질려서 워밍업 차원으로 이걸 꺼냈다. 상하 두권으로 나눠져 있는데 상권은 한참 전에 읽었고 하권은 거의 다 읽고 마지막 몇 챕터를 남겨놨다가 어제 읽어 치우려고 갑자기 앉아 2일 밤과 3일을 살짝 몇분 차이로 넘기면서 끝냈다. 이제는 모두가 그의 정체를 아는 터라 그런 건지, 아니면 나름의 컨셉인지 맞춤법나 단어 선택이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전형적인 기준에서 살짝 벗어나 있다는 게 읽으면서 가장 눈에 띄었고... 내용은 고대부터 조선까지 우리 역사가 세계와 교류한 부분들을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아는 내용들도 많지만 그 깊이나 .. 2020. 11. 3.
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 빌 브라이슨 | 21세기 북스 | ??? ~ 2020.7.? 빌 브라이슨이라는, 나는 잘 모르지만 꽤 유명한 칼럼니스트이자, 작가의 북유럽을 시작으로 한 유럽 여행기. 글을 위해 일부러 잡은 컨셉일 거라고 생각은 하지만... 실제로 저렇다면 절대 함께 여행하거나 친하게 지내고 싶지 않은, 정말 무궁무진한 트집거리를 찾아내는 투덜이의 여행기다. (이 작가가 그나마 갖고 있는 유머 감각을 빼면 너무나 흡사한, 모든 장소와 사물에서 트집과 불평을 찾아내는데 감탄이 나올 정도로 무한히 창의적인 가족이 있어서 빌 브라이슨의 투덜거림과 불평이 자동으로 재생된다.) 다른 시각으로 어떤 장소나 사물을 보는 시각과 특이한 경험을 대리 체험한다는 점에서는 한번쯤 읽을만한 책. 보니까 20세기에 쓴 책이던데 빌 브라이슨 입.. 2020. 7. 5.
마에스트로 사소 아키라 2020.6.? 이 만화의 존재를 안 건 꽤 오래 전인데 이용권을 모아서 다 본 건 지난달. 천재를 좋아하는 일본 만화답게 과거에 아주아주 화려한 지휘의 천재였던 마에스트로가 사라졌다가 망한 오케스트라의 멤버들을 다시 끌어 모아서 공연을 하기까지의 내용. 이 급조 혹은 부활한 오케스트라의 멤버들은 과거 단원들. 사실상 주인공에 가깝고 관찰자이자 화자인 콘서트 마스터는 다음 시즌에 해외 오케스트라에 취업하기로 결정되어 있고 다른 단원들은 엑스트라 등으로 일본에 남아 있는 사람들. 거기에 더해 이 지휘자가 영입한 역시나 슬픈 사연을 가진 천재 일보 직전 재능의 플루티스트나 이런저런 사연의 젊거나 늙은 음악가들이다. 매 회 단원들의 사연이 하나씩 펼쳐지면서 당연히 공연이 무산될 위기도 왔다가 당연.. 2020. 7. 3.
톨스토이 단편선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인디북 | 2019.?~2020.6.6 작년 어느날 읽다가 잠시 덮어뒀는데 이번 연휴에 놀러가서 마무리를 지었다. 반절 정도의 내용은 어릴 때 읽었던 톨스토이 단편 동화(?) 모음집에 있던 내용들이다. 어릴 때 읽었음에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건 바보 이반. 그러나 그때도 지금도 이반에게 크게 공감하거나 동화되지 못하는 걸 보면 난 어린 시절부터 자본주의 때가 많이 묻었었나 보다. ㅎㅎ 바보 이반 번역에서 좀 의아한 게, 이반 형제들을 망치려는 그 꼬마악마들이 구멍으로 영원히 사라져버리는 장면에서 이반의 인사가 하느님께서 어쩌고 하는 축복이어서 악마들이 소멸됐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 번역에선 그냥 잘 가라는 인사를 하니 뜬금없이 사라지는 거라 좀 뜨아 했다. 대강 아는 이야.. 2020. 6. 9.
거꾸로 읽는 세계사 유태용 | 서문문화사 | 2019.10.14~2020.5.22 작년 파리에서 돌아오던 비행기에서 시작해서 띄엄띄엄 읽어오던 책. 내용도 재밌고 문장도 술술 들어오는데 이북이라 그런지 희한할 정도로 읽어지지 않아서 펼쳤다 닫았다 하다가 이번주에 작정하게 끝을 냈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와 유럽, 미국의 역사적인 사건들을 작가 나름대로 선정해서 풀어내고 있는데 그 관점이 어디에 크게 치우치거나 강요하지 않고 가능한 팩트 위주로 건조하게 나가고 있어서 그게 제일 마음에 들었다. 물론 중간에 간혹, 그 챕터의 말미에는 작가 나름의 코멘트가 있지만 그건 이런 류의 책에서 당연한 거고. 물론 그 관점이나 의견이 나와 비슷해 크게 반대나 반박할 게 없어서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겠다. 베트남 전쟁이며, 피의 일요일이나.. 2020. 5. 24.
35.6의 고구려자 유태용 | 서문문화사 | 2020.4.29 아이패드를 산 후로 요 수 년간 독서량이 처참할 정도로 바닥을 향해가고 있다. 디지털 기기가 얼마나 텍스트에 대한 집중력을 뺏어가는지 내가 직접 몸으로 체험하는 중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혹, 기대하지 않았는데 엄청난 흡입력으로 마지막 쪽까지 달리게 하는 책이 있다. 이게 바로 그 중 하나. 2000년에 발굴된 고구려의 자 하나를 갖고, 그 발굴 과정, 고구려의 자라는 걸 추론하고 증명해 나가는 과정을 한권으로 풀어나가고 있다. 사실 엄청나게 드라마틱한 과정이나 반전이 없음에도(이건 학자적 자세로 아주 건조하게 사실 위주로 적어나간 지은이 때문? 혹은 덕분인듯) 읽는 내내 다음엔 어떤 내용이 나올까 하는 묘한 끌림이 있다. 세토막 난 나무 자 하나로 이렇게 꽉꽉.. 2020. 5. 1.
어떻게 좀 안 될까요? 시국이 시국이라 일본 만화도 불매를 해야함이 마땅할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체제 선전이 아닌 문화는 별개로 둬야하는 거 아닌가 하는 갈등이 끊임없이 교차하고 있는 상태지만 내 개인에게 대체로 문화는 별개로 두자는 쪽이 승리하고 있다. 로스쿨 학비를 위해 호스티스를 했던 경력의 신출내기 여자 변호사의 성장기. 아주 캐릭터가 독특하다. 업소에서도 폭탄 제거 내지 분위기 땜빵용의, 잘 봐줘야 풀꽃 정도의 미모. 어찌 보면 뻔뻔하다고 느껴질 정도의 친화력. 여자 주인공에게 꼭 필요하지만 지나치지는 않은 공감력까지. 특이하면서도 굉장히 매력적인 주인공이다. 카이세 라쿠코는 엄청난 취업난에 잠깐 얼굴만 봤던 손님이었던 변호사 사무실에 뭉개기로 간신히 취업에 성공. 여기서 유능한 선배 변호사 쇼지를 만나고 그.. 2020. 2. 13.
우리는 왜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 없는가 ​ 정현채 비아북 2019. 10. 제목과 책 소개를 보고 훅 끌려서 바로 구입해서 읽었는데.... 흠.... 기대와 좀 다른? 어릴 때 보던 소년중앙류의 잡지나 좀 커서 재미삼아 꽤나 읽었던 책들에 등장하던 사후체험이며 저승체험에 관한 내용들의 총집합류라는 게 현재 나의 인상이다. 환생이니 저승을 소재로 한 픽션을 쓰고픈 욕망이 한때 잠깐 있어서 당시에 번역된 그런 류의 책들을 열심히 읽었던 터라 여기 소개된 내용의 상당수가 아는 얘기들이란 게 몰입이나 신선감을 감소시켰을 수 있겠다. (미국 수퍼마켓 계산대 앞에 깔려있던 그 말도 안 되는 황당한 내용만 모아놓은 신문에서도 언급되던 내용들이라... 메시지 만큼이나 메신저도 중요하다는 걸 실감) 무엇보다 이 책과 저자가 주장하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2019. 11. 1.
유럽도시기행 ​ 2019.9~10.7 파리 여행을 위해 산 책들 중 하나인데... 유럽도시기행. 유시민 작가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아선지 그냥저냥. 여행안내서라기도 인문학적인 도시기행이라기도 애매한 도시 이야기. 내가 모르는 도시일수록 재밌었고 비교적 잘 알고있는 파리 같은 도시는 응??? 하면서 읽는 부분도 간혹. 아무리 유시민 작가라도 짧은 시간에 그렇게 훑고 나가선 제대로 된 이야기를 풀어내기는 쉽지 않구나란 생각이 들면서... 아주 조금은 위로가 된? ^^; 여튼 후루룩 잘 봤다. 아테네에 짧게 갈 때는 도움이 될 것 같다. 그의 여정을 그대로 따라가면 될듯. 딱 내 취향. 2019. 10. 7.
내 몸 상식사전 ​ 빌리 골드버그, 마크 레이너 | 랜덤하우스 코리아 |2018.?~2019.10.7 빌리 골드버그와 마크 레이너가 대화하는 형식을 빌어서 몸부터 음식, 스포츠 등등 다방면에 대한 의문을 과학적으로 설명해나가는 책이다. 단순히 과학적인 설명 뿐 아니라 그것과 연관된 사건이나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담이나 비유 등을 유머러스하게 연결해서 지루하지 않고 진도가 팍팍 나간다.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톡톡 튀는 유머와 지식이 연결되는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책. 예를 하나만 들자면, 생강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마지막은 이렇게 마무리된다. 우리 어머니들의 의도는 지극히 좋았지만, 시판되는 진저에일에는 진짜 생강은 전혀 들어있지 않다. 그래도 효과는 있었던듯 하다. 속임약 효과였다. 어쨌든 엄마, 고마워요. ^^ 전편인 .. 2019. 10. 7.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 ​ 말콤 글래드웰 | 김영사 | 2018.? ~ 2019.8.29 이 책은 작년 어느날 미장원 가는 날 시작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마무리도 결국은 미장원에서 했구나. 이 책의 정체는.... 논픽션이면서 굉장히 르포적이면서 심층탐사 같기도 하고 묘하다. 과학, 의학, 경제, 사회, 심리학, 예술 등 모든 분야를 총망라하면서 당연하다고 알고 있거나 내게는 멋진 영웅(?)이나 선도자나 전문가로 각인된 인물들의 실상을 파헤치고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충격적이랄까 재밌었던 건 수많은 책과 방송에서 너무나 극적이고 멋지게 묘사된 프로파일링이 형편없는 확률이고 더불어 진실로 널리 퍼졌던 에피소드가 말 그대로 소설이었다는 것. 불운한 천재와 아직도 추앙받는 수많은 사깃꾼들의 모습을 보면서는... 나를 포함한 인간은 정말.. 2019. 9.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