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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집사의 일상 무라카미 리코 | AK(에이케이 커뮤니케이션즈) | 2021. 3.5~9 본의 아니게 영국 귀족들 스토커가 되어버리는 느낌이긴 한데... 그래도 오랜만에 한 포인트를 정해두고 열심히 파는 독서를 하니 즐겁다. 영국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나 영화에서 빠지지 않는 그 집사와 남자하인들의 존재를 낱낱이 파헤쳐주는 책이다. 비교해서 읽은 다른 책이 없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완성도를 가지고 있는지는 검증 불가능이지만 일단은 어디서도 본적이 없는 정도의 깊이와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개인적으로 쫌 아쉽다면, 증언이나 자료 수집의 한계 때문이겠지만, 담고 있는 내용이 빅토리아 시대 후반부터 20세기 중심이다. 빅토리아 시대 초중반의 그림을 머릿속에 그리려고 읽은 내게는 그 부분이 여전히 채워지지 않았지만 그건 내 .. 2021. 3. 10.
더 콩쿠르 정설화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 ~ 2021.3.8 이북이지만 내가 구입하고 있는 몇 안 되는 만화 중 하나인 더 콩쿠르 완결. 완결은 좀 됐지만 하도 연재가 늦어서 잊어버리고 있다가 뒤늦게 완결을 알았다는 게 더 맞는 소리겠지만. 한때 그 동네에서 제대로 부대꼈던 입장에서 까칠하게 봐도 한번쯤은 있을 법한, 납득 가능한 설정과 진행에 깔끔한 마무리였다. 이 만화 안에서의 콩쿨 결과를 보면서 이제는 할배 할매가 된 핑커스 주커만과 정경화의 레벤트리 콩쿨이 아련히 떠오르기도 하고... (공동 1등이란 이 콩쿨 결과는 물론 납득 불가능. 그래도 그게 음악계 유대 마피아들에게 최대한의 양보였다는 건 인정. 더불어 정경화가 당시 얼마나 대단했는지도. 아쉽다면 역시 굉장히 좋은 바이얼리스트인 핑.. 2021. 3. 9.
영국 사교계 가이드- 19세기 영국 레이디의 생활 무라카미 리코 | AK(에이케이 커뮤니케이션즈) | 2001. 3.4~5 일과 관련된 목적이 있는 독서는 지겨운데 취미와 관련된 독서는 내 취향에 근접한 책들을 골라서 읽을 수 있어서 그런지 재밌고 술술 잘 읽어진다. 예전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일본 관광객 도슨트(던가?) 자원봉사를 한 지인 曰 가장 집요하고 무서운 오덕은 일본인들이라던 말이 떠오르는 책. 뭔가 하나에 빠지면 집요하게 파고 들어서 한국 박물관에 뭔가 주제를 갖고 찾아오는 일본인들은 거의 전문가 수준이라 실수할까봐 무지 신경 쓰인다던데 그런 집요함의 결과가 바로 이런 책이지 싶다. 내가 팔로잉한 트위테리언 중에 빅토리아 시대에 꽂혀서 그 관련 복식이며 풍습, 유명인 등등을 열심히 타래로 올려주는 사람이 있다. 만약 그걸 안 보고 있었다면 여.. 2021. 3. 6.
톨킨의 환상 서가 더글러스 A 앤더슨 엮음 | 황금가지 | 2021.1.?~3.1 책의 부제는 톨킨과 반지의 제왕을 만든 스물두 편의 이야기. 부제대로 22편의 환상 문학 단편 모음집이다. 유명인에 기댄 마케팅은 동서고금을 가리지 않는지 톨킨에게 정말 영향을 줬는지 아닌지 확실치 않은 동시대 작가들의 환상문학들을 그의 이름에 기대서 엮었다는 인상을 버릴 수 없다. 하지만 그런 @@팔이~ 마케팅에 대한 거부감을 떼어놓고 책에 있는 작품들 자체로 보면 재미있다. 좀 더 정확하 말하자면 딱 내 취향. 우리나라에서 전우치나 박씨 부인의 비슷한 버전들이 존재하듯이 바그너가 악극으로 만든 보탄(=오딘)에서 지그프리드까지 이어지는 그 신화는 유럽에서 그리스 신화와 함께 커다란 산맥인듯 싶다.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변형을 내서 만나니 .. 2021. 3. 5.
영국 귀족의 생활 다나카 료조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1.3.3 오랜 숙제를 끝낼 겸 슬슬 독서 중에 도움이 될까 해서 선택한 책. 영국 귀족 문화에 대해 어느 정도 관심이 있고 영국 배경 소설을 좀 읽어봤다 하는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그닥 안 된다. 정보 획득 측면에선 99% 다 아는 얘기. 그냥 내가 알고 있던 것들이 맞구나 확인하는 정도. 이 저자는 10년 이상 영국 귀족과 인터뷰하고 저택 투어를 했다던데 그 방대할 것 같은 자료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여기 있는 내용은 딱 가이드북 수준이다. 사진이나 그림이 많아서 이런저런 눈요기 하기는 좋음. 메이지 유신 이후 한결 같은 일본의 영국과 영국 귀족에 대한 동경과 사랑이 21세기에도 계속됐고 현재진행인 것 같다는 확신을 갖게 해주는 책이기도 하다. 미용.. 2021. 3. 3.
심야식당 단츄 매년 하는 안과 검진 때 기다리는 시간을 때우기 위해 골라간 책. 후루룩 부담없이 끝낼 수 있는 가벼운 책을 고른 건데 예상보다 더 가벼웠나보다. 진료 대기시간은 너무 길고 책은 빨리 다 읽어서 중간에 시간이 남아 좀 지루했다. 심야식당이라는 유명한 만화를 컨셉으로 삼아 거기 나온 간단한 요리들을 19개 선정해 소개한 건데, 한밤중에 위험한 레시피라는 카피와 달리 다행히도 소개된 음식들이 내 취향이 아니라서 야식의 유혹에는 빠지지 않았다. 일본의 야식과 한국의 야식, 혹은 간단히 만들어 먹는 소울푸드가 확실히 많이 다르면서도 또 겹치는 게 많다는 걸 느끼는... 참 가까우면서도 멀고 또 묘하게 비슷하면서도 다른 나라구나 라는 걸 확인하는 재미가 있었다. 특히 이 야식에 돼지 김치볶음이 포함되어 있다는 게.. 2020. 11. 3.
한국 속의 세계 상, 하 정수일 | 창비 | 2020.? ~ 11.3 우리 세대에겐 깐수로 더 유명한 정수일 작가의 책. 오랫동안 내 책장에 있는, 그가 번역한 이븐 바투타 여행기를 읽으려다가 두께에 질려서 워밍업 차원으로 이걸 꺼냈다. 상하 두권으로 나눠져 있는데 상권은 한참 전에 읽었고 하권은 거의 다 읽고 마지막 몇 챕터를 남겨놨다가 어제 읽어 치우려고 갑자기 앉아 2일 밤과 3일을 살짝 몇분 차이로 넘기면서 끝냈다. 이제는 모두가 그의 정체를 아는 터라 그런 건지, 아니면 나름의 컨셉인지 맞춤법나 단어 선택이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전형적인 기준에서 살짝 벗어나 있다는 게 읽으면서 가장 눈에 띄었고... 내용은 고대부터 조선까지 우리 역사가 세계와 교류한 부분들을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아는 내용들도 많지만 그 깊이나 .. 2020. 11. 3.
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 빌 브라이슨 | 21세기 북스 | ??? ~ 2020.7.? 빌 브라이슨이라는, 나는 잘 모르지만 꽤 유명한 칼럼니스트이자, 작가의 북유럽을 시작으로 한 유럽 여행기. 글을 위해 일부러 잡은 컨셉일 거라고 생각은 하지만... 실제로 저렇다면 절대 함께 여행하거나 친하게 지내고 싶지 않은, 정말 무궁무진한 트집거리를 찾아내는 투덜이의 여행기다. (이 작가가 그나마 갖고 있는 유머 감각을 빼면 너무나 흡사한, 모든 장소와 사물에서 트집과 불평을 찾아내는데 감탄이 나올 정도로 무한히 창의적인 가족이 있어서 빌 브라이슨의 투덜거림과 불평이 자동으로 재생된다.) 다른 시각으로 어떤 장소나 사물을 보는 시각과 특이한 경험을 대리 체험한다는 점에서는 한번쯤 읽을만한 책. 보니까 20세기에 쓴 책이던데 빌 브라이슨 입.. 2020. 7. 5.
마에스트로 사소 아키라 2020.6.? 이 만화의 존재를 안 건 꽤 오래 전인데 이용권을 모아서 다 본 건 지난달. 천재를 좋아하는 일본 만화답게 과거에 아주아주 화려한 지휘의 천재였던 마에스트로가 사라졌다가 망한 오케스트라의 멤버들을 다시 끌어 모아서 공연을 하기까지의 내용. 이 급조 혹은 부활한 오케스트라의 멤버들은 과거 단원들. 사실상 주인공에 가깝고 관찰자이자 화자인 콘서트 마스터는 다음 시즌에 해외 오케스트라에 취업하기로 결정되어 있고 다른 단원들은 엑스트라 등으로 일본에 남아 있는 사람들. 거기에 더해 이 지휘자가 영입한 역시나 슬픈 사연을 가진 천재 일보 직전 재능의 플루티스트나 이런저런 사연의 젊거나 늙은 음악가들이다. 매 회 단원들의 사연이 하나씩 펼쳐지면서 당연히 공연이 무산될 위기도 왔다가 당연.. 2020. 7. 3.
톨스토이 단편선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인디북 | 2019.?~2020.6.6 작년 어느날 읽다가 잠시 덮어뒀는데 이번 연휴에 놀러가서 마무리를 지었다. 반절 정도의 내용은 어릴 때 읽었던 톨스토이 단편 동화(?) 모음집에 있던 내용들이다. 어릴 때 읽었음에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건 바보 이반. 그러나 그때도 지금도 이반에게 크게 공감하거나 동화되지 못하는 걸 보면 난 어린 시절부터 자본주의 때가 많이 묻었었나 보다. ㅎㅎ 바보 이반 번역에서 좀 의아한 게, 이반 형제들을 망치려는 그 꼬마악마들이 구멍으로 영원히 사라져버리는 장면에서 이반의 인사가 하느님께서 어쩌고 하는 축복이어서 악마들이 소멸됐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 번역에선 그냥 잘 가라는 인사를 하니 뜬금없이 사라지는 거라 좀 뜨아 했다. 대강 아는 이야.. 2020. 6. 9.
거꾸로 읽는 세계사 유태용 | 서문문화사 | 2019.10.14~2020.5.22 작년 파리에서 돌아오던 비행기에서 시작해서 띄엄띄엄 읽어오던 책. 내용도 재밌고 문장도 술술 들어오는데 이북이라 그런지 희한할 정도로 읽어지지 않아서 펼쳤다 닫았다 하다가 이번주에 작정하게 끝을 냈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와 유럽, 미국의 역사적인 사건들을 작가 나름대로 선정해서 풀어내고 있는데 그 관점이 어디에 크게 치우치거나 강요하지 않고 가능한 팩트 위주로 건조하게 나가고 있어서 그게 제일 마음에 들었다. 물론 중간에 간혹, 그 챕터의 말미에는 작가 나름의 코멘트가 있지만 그건 이런 류의 책에서 당연한 거고. 물론 그 관점이나 의견이 나와 비슷해 크게 반대나 반박할 게 없어서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겠다. 베트남 전쟁이며, 피의 일요일이나.. 2020. 5. 24.
35.6의 고구려자 유태용 | 서문문화사 | 2020.4.29 아이패드를 산 후로 요 수 년간 독서량이 처참할 정도로 바닥을 향해가고 있다. 디지털 기기가 얼마나 텍스트에 대한 집중력을 뺏어가는지 내가 직접 몸으로 체험하는 중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혹, 기대하지 않았는데 엄청난 흡입력으로 마지막 쪽까지 달리게 하는 책이 있다. 이게 바로 그 중 하나. 2000년에 발굴된 고구려의 자 하나를 갖고, 그 발굴 과정, 고구려의 자라는 걸 추론하고 증명해 나가는 과정을 한권으로 풀어나가고 있다. 사실 엄청나게 드라마틱한 과정이나 반전이 없음에도(이건 학자적 자세로 아주 건조하게 사실 위주로 적어나간 지은이 때문? 혹은 덕분인듯) 읽는 내내 다음엔 어떤 내용이 나올까 하는 묘한 끌림이 있다. 세토막 난 나무 자 하나로 이렇게 꽉꽉.. 2020. 5. 1.